“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다”

2021-03-12     김향자 기자

최근 XR 기술의 재부상과 그 경제적 잠재력에 대한 긍정적 전망, 코로나19가 가속화시킨 새로운 디지털 사회와 문화에 대한 욕구가 결합해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메타버스(the Metaverse)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2년 발표한 소설인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용어로 작가에 따르면 해당 소설 속에서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의 대체어로 컴퓨터 기술을 통해 3차원으로 구현한 상상의 공간을 의미함다.

이후 미국 기반의 가속연구재단(ASF : 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1)에서는 2007년 발표한 ‘메타버스 로드맵’에서 대안적 개념을 제시했다.

(제공=NIA)

ASF는 메타버스를 현실세계의 대안 또는 반대로 보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교차점(junction)·결합 (nexus)·수렴(convergence)으로 이해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개념적 발전은 가상 환경의 구현과 이용에 있어서 사물·기기, 행위자, 인터페이스, 네트워크 등 현실세계의 요소들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데에 따른 것이다.

최근 일부 용례에서 메타버스와 가상세계를 동일한 개념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메타버스 로드맵의 지속적인 영향력으로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가 융합되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메타버스는 크게 증강현실, 거울세계, 라이프로깅, 가상세계로 분류되며 각 유형은 명확하게 분리되기 보다는 점차 유형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증강현실은 이용자가 일상에서 인식하는 물리적 환경에 가상의 사물 및 인터페이스 등을 겹쳐 놓음으로써 만들어지는 혼합 현실이다.

실례로 페이스북은 2016년 360도 사진 및 영상을 게시할 수 있게 하는 ‘페이스북360’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2017년 자회사인 오큘러스(Oculus)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공식 앱을 출시했다. 페이스북은 2018년 디지털 비디오카메라 제조사인 RED와 합작으로 3D 비디오 카메라를 출시하는 등 플랫폼-3D 기기-이용자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동하는 서비스를 추진중에 있다.

또 트레이닝 클럽은 2000년대 말부터 부상한 자기 수치화(Quantified Self)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서비스로 나이키에서 2009년 출시한 앱이다. 개인별 맞춤형의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이용자는 개인이 달성한 기록을 소셜미디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

거울세계는 물리적 세계를 가능한 사실적으로 재현하되 추가 정보를 더한 ‘정보적으로 확장된(informationally enhanced)’ 가상세계다.

실례로 세컨드라이프는 2003년 린든랩(Linden Lab)이 출시한 온라인 가상 세계 서비스로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에 앞선 초창기 샌드박스형 서비스다. 정부기관, 민간기업, 교육기관 등의 디지털 트윈 구축, 공연·전시회 개최, 가상 일자리 제공, 현실세계 화폐와의 환전 시스템 도입 등 메타버스 비즈니스 모델의 원형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포트나이트는 에픽게임즈(Epic Games)가 2017년 출시한 3인칭 슈팅 게임으로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메타버스 서비스다.. 실제 뮤지션과 협업한 콘서트 개최, 패션 브랜드(나이키, 루이비통 등)와 라이센스를 맺은 스킨 출시, 업무 회의 공간 제공 등 게임을 넘어 현실과 가상을 잇는 종합적 문화·생활 서비스로 성장중이다.

에픽 게임즈의 CEO인 팀 스위니(Tim Sweeney)는 오픈 메타버스의 옹호자로 포트나이트를 크로스 플랫폼 게임으로 성장시키는 한편 이용자 관점에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

현재 메카버스는 정체성 탐색, 상황 학습, 경험 확장, 몰입 확대, 문제 해결, 시스템적 사고 등의 기회를 제공해 연령대에 따른 발달과업을 수행하고 지식을 효과적으로 확장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특히 교육, 게임, HCI,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의 학문분과에서 메타버스의 교육적 효과를 증명하면서 교육 분야에서의 접목은 확대 추세에 있다.

또 공간적·시간적 제약이 따르는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관객 유입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전시·공연작과 관객과의 상호 작용성 강화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전시·공연 공간을 그대로 디지털 플랫폼상에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나아가 상호작용과 시공간성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변화중이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는 전통 미디어와 일부 온라인 미디어의 일방향적 소통의 한계를 극복하고 몰입형 광고와 오가닉 마케팅을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샌드박스형 게임의 경우 낮은 비용으로 인해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공익, 문화·예술, 정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접목도 증가시킬 수 있다.

더불어 메타버스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주요 자산인 파워 셀레브리티와 팬간의 상호작용을 다양화 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셀레브리티 아바타를 구현해 팬 개개인에게 특화된 소통기회를 제공하고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요리, 건강관리, 인테리어, 길찾기, 뷰티 등 다양한 일상 분야에서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짐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현재까지는 활용도가 높지 않으나 라이더 스캐너 등 3D 센서, 향상된 AP가 모바일 기기에 적용되고 5G가 대중화되면서 콘텐츠 및 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XR 기술을 생산 공정의 효율성 및 정확도 증진, 직원훈련, 원격 보수, 업무 공유 등에 활용해 생산·제조 혁신을 도모할 수 잇으며 GE(General Eletronics), BMW, 월마트, DHL 등 세계적 제조·유통·물류 기업에서 XR 기술을 업무에 도입해 그 효과성을 입증하면서 적용 사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국가별로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 산업혁신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서 XR에 주목하는 가운데 관계 부처 협력을 통해 기술적, 사회적, 문화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상무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국토안보부 등의 정부 부처와 독립기관으로 구성된 NITRD(Networking and Information Research and Development) 프로그램 중심으로 1990년대부터 XR 기술 정책 추진중에 있다.

영국은 XR 기술 및 콘텐츠를 산업적·문화적으로 육성하는 한편 해당 서비스의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를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 산업별로 또 국가별로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가상화폐, 아바타, 객체, 플랫폼 등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이용자 중심의 오픈 메타버스 생태계에 대한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례로 영국 기업인 크루서블(Crucible)은 인간 중심의 기술 개발과 이용자 주권 확립을 기업 철학으로 삼고 오픈 메타버스를 구축할 수 있는 ‘Emergence SDK’를 개발하는 한편 오픈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컨소시엄인 ‘Blueprints for the Open Metaverse’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연주 NIA 책임연구원은 “메타버스 내에서도 현실세계의 법·제도·사회 규범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 및 그 논의와 결정을 이끌고 갈 메타버스 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메타버스 내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의 소유권, 아바타를 통한 불법적 행위, 논플레이어 캐릭터(NPCs, Non-Player Characters)에 대한 인격권 부여, 광고·사기 등의 이슈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데이터 시선, 뇌파, 생체신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 수집의 범위가 확장되고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개인정보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지면서 개인정보 수집·활용 및 보호에 대한 법적·윤리적 이슈가 있다고 설명했다.

XR 기술이 여가·레저의 목적을 넘어 공공 서비스에 활용될 계획이 확대됨에 따라 이용자들의 다양성에 따른 수용성 확보 및 포용적 서비스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 내 아이템 제작·판매, 가상세계 규율 관리, 가상 부동산 투자·거래 등 새로운 유형의 노동이 생겨나면서 노동권의 보장과 납세의 의무와 같은 노동현안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가진 법적 및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메타버스에 대한 논의는 2007년 ASF가 ‘메타버스 로드맵’을 발표한후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으나 엔비디아(NVIDIA)가 2020년 개방형 3D 디자인 협업 플랫폼인 옴니버스(Omniverse) 베타버전을 출시하며 메타버스 활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오연주 NIA 책임연구원은 “메타버스의 재부상은 최근 5~10년간 있었던 사회·문화·경제·기술적 요인의 복합적 작용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