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디지털화, 핀테크기업 주도 이유 없어”

자본시장연구원 ‘핀테크에 의한 금융혁신 양상과 시사점“ 밝혀

2021-03-11     김점이 기자

금융의 디지털화가 반드시 핀테크기업에 의해 주도될 이유는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존 금융회사에 의해서도 금융의 디지털화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연구위원은 ‘핀테크에 의한 금융혁신 양상과 시사점“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금융기술(financial technology)의 줄임말로 사용되는 핀테크는 기술진보에 따른 금융혁신이 예전에도 존재하였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의 핀테크에 의한 금융혁신이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금융산업과 금융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지만, 이전의 금융혁신처럼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부정적 효과도 유발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핀테크에 의한 금융서비스가 금융산업과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오히려 악화할 수 있고 금융소비자의 권익과 금융시스템의 안정까지 크게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핀테크에 의한 금융혁신이 항상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사회후생의 관점에서 핀테크에 의한 금융혁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핀테크기업의 산업 연계성

보고서는 해외와 국내의 핀테크에 의한 금융혁신 양상을 비교해보면 그간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핀테크에 의한 금융혁신의 긍정적 효과는 크게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물론 지급결제 분야에서 간편송금이나 간편결제 서비스가 고객의 지급결제 서비스의 이용 편리성을 크게 향상시켰고, P2P 대출 서비스가 개인이나 기업의 대출 기회를 신장했으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개인의 자산관리 서비스 접근성을 향상시켰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각 서비스가 각 금융 분야의 비효율성을 상당 수준 개선할 만큼 그 효과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이보다는 기존 금융회사로 하여금 금융혁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도록 자극한 효과가 더 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경제 전반의 디지털화는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금융의 디지털화도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이 점에서 핀테크에 의한 금융혁신을 지금과 같이 계속해서 촉진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고려했을 때 금융정책이나 금융규제가 핀테크기업과 기존 금융회사를 차별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기존 금융회사에게도 금융의 디지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금융의 디지털화가 늦어질 수 있고, 핀테크에 의한 금융혁신의 긍정적 효과가 지금과 같이 크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최근 법 제‧개정으로 예금상품을 포함한 모든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 중개‧대리가 가능해졌고, 금융상품자문업, 오픈뱅킹제도, 마이데이터업, 마이페이먼트업, 종합지급결제업 등이 신설되거나 신설될 예정이다.

은행이 독점하던 금융결제원의 소액지급결제망의 전면 개방도 논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전보다 더 용이하게 혁신적 금융서비스가 발명되고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기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기와 같은 제도 변화로 금융혁신의 긍정적 효과가 최대한 발현되려면 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 금융회사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이 점에서 2020년 10월에 은행과 핀테크기업만 참여할 수 있었던 오픈뱅킹공동망시스템을 비은행 금융회사에게도 개방하기로 결정한 점은 이전보다 진일보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출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핀테크기업이나 빅테크기업이 기존 금융회사와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면, 인허가 금융업의 본질적 업무의 위탁을 제한한 금융회사 업무위탁 규제를 합리화하고, 금융실명 확인의 제3자 위탁대상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핀테크기업이나 빅테크기업이 규제공백을 남용해 규제차익을 과도하게 추구하지 않도록 동일행위-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기존 금융회사와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기존 금융회사와 빅테크기업 간의 갈등으로 금융소비자가 피해보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서는 시장이 협소한 국내에서 서로가 과도하게 경쟁하지 않도록 핀테크기업의 해외진출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의 핀테크는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양적으로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는 핀테크에 의한 금융혁신이 금융산업의 효율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럴 때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