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가장 특별한 비결 ‘경험’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비결은 뭘까. 흔히 비결이라 하면 독창적인 기술이나 차별화된 제품 등을 꼽는다. 그런데 애플의 비결은 알고보면 굳이 ‘비결’이라고 할 것도 없다. 애플의 전문성 즉 차별화 포인트는 기술이든 제품이든 사용자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메모리나 프로세서 속도 같은 정량적 사양을 얘기할 법도 하지만, 애플은 언뜻 특별한 것이라곤 없는 ‘경험’을 가장 높이 사며 기업 운명의 가르마로 삼고 있다. 하긴 따지고 보면 사용자의 경험만큼 소중한게 있을까. 어떤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고, 어떤 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게 가장 편리하고 좋았다는, 그 경험이야말로 가장 특별한 비결이라고 하겠다.
지금의 공유경제에선 더욱 그렇다. 이미 관념, 신념, 습관도 재산이며, 상품이 된지 오래다. 아담 스미스의 시장에선 물질재와 서비스가 교환되지만, 네트워크 혹은 사이버스페이스에선 온갖 클라이언트의 경험이 유통되고 소비된다. 재산이나 재화의 소유, 양도를 목적으로 하는 스미스의 시장과는 달리, 네트워크는 정신과 물질을 아우른 ‘인간’ 자체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걸 두고 디지털 선각자들은 굳이 ‘행동 인터넷’(Internet of behaviors, IoB)이라고 이름붙였다. 사물을 대상으로 한 사물인터넷(IoT)과는 달리, 사람의 행동과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하고 그 패턴을 수집하고 분석,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행동인터넷은 곧 인간인터넷(IoH)이다.
‘코로나19’의 마스크 착용이나 발열체크에서 수집된 자료, 상거래 고객데이터, 위치추적과 자동차 텔레매틱스를 통한 운전패턴 등도 매우 요긴한 행동인터넷의 재료가 된다. 다시 말해 숱한 인간 경험과, 그것이 갈라치는 무한 경우의 수야말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되고, 실용적 대안이 되는 것이다. 곧 기술을 위한 기술보다는 ‘사람 중심의 기술’이야말로 돈이 된다고 할까. 그 속에선 개개인의 삶과 체험이 곧 하나의 시장이다. 물질적 소산뿐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방식과 순간, 희로애락의 노하우와 삶의 체험이 곧 상품이며, 공유재이며 경제적 객체다.
허나 지금의 과잉접속시대는 난삽한 주절거림만 어지럽게 소비될뿐, 수없이 많은 넓고 얕은 ‘경험’들을 배설하고 있다. 그 와중에 낯설지만 경청할 만한 타자적 경험들은 차단되기 일쑤다. 그 결과 더 이상 새로운 경험은 확장되지 않고, ‘창조’는 불가능하게 되며, 문제해결능력이나 사회적 기술 따위가 사장될때가 많다. 그래서다. 이젠 자신만을 만족시킬 뿐인, 확증편향의 기술개발시대는 갔다. ‘체험경제’가 가속화된 시대엔 타자 모두의 경험을 어떻게 조직하고 구성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그것으로 인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어떤 모습의 유기적 피드백을 구사할 것인가 하는 것이 생존의 조건이다.
미셸 푸코는 ‘경험’을 또 다른 개념으로 메타포했다. “삶을 개선하고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철학적 도구인 ‘자기의 기술’”이라고 했다. 우버, 에어비앤비, 태스크 래빗 등 익숙한 공유경제의 툴 역시 숱한 개인의 ‘자기 기술’, 즉 인간 경험의 확장으로부터 출현한 것이다. 각 개인의 삶과 실존적 경험이 현실과 가상 공간에서 수많은 대본으로 번역되어 유통된 것이다. 즉 ‘경험’을 많이 갖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기술이며 최상의 수익모델임을 실증한 것이다. 애플의 저력은 바로 이런 점을 예리하게 포착한 데 있다. 제품의 속도나 힘 따위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겪었던 디테일한 사용자 경험, 그 미세한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고, 재구성하는데 익숙했다. 그 결과 수많은 개인들의 경험을 역지사지하고, 새로운 서사로 재구성한 스마트한 전략이 과녁을 명중한 것이다. 그런 깨달음이 있는 한, 애플의 아우라는 견고할 수 밖에 없다. 괜히 세계에서 제일 비싼 기업이 된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