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이유있는 야심’

2021-01-17     박경만 주필

애플의 야심이 끝도 없다. 이른바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중에서도 애플은 가장 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니 튄다기보단, 다른 라이벌들에 앞서 무조건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자율주행기술은 물론이고, 기존의 맥북 프로나 애플워치7의 변신, 에어테그, 그리고 M시리즈 칩과 AR기술의 접목과 치환은 그야말로 자유분방하다. 하긴 모든 상상력이 날개를 펼치며, 인류사가 여태 경험하지 못한 ‘미래의 선점’이 펼쳐지는게 이 시대의 풍경이다. 그런 풍경을 가장 도발적으로 재구성하며, 거침없이 디지털 세상의 서사를 선점하고 있는게 요즘 애플이다.

새해 들어선 더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애플은 온 세상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거나, 적절한 ‘사고’를 치면서, 온갖 해석과 주석을 이끌어내곤 한다. 요즘은 현대차에 자율주행 전기차 협업을 제안했다고 해서 시끌쩍하다. 물론 결과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5~6년 전 ‘프로젝트 타이탄’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의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여느 기업같으면 그냥 주저앉았을 법도 한데 애플은 오히려 2024년에 자율주행차 ‘애플카’를 실용화하겠노라 선언까지 하고 나섰다. 라이다나 센서와 같은 ‘두뇌’는 자기네 것이돼 배터리나 겉껍데기는 BMW나 현대차에서 빌린다는 발상이다. 궁여지책이긴 커녕, 반대로 ‘손 안대고 코푸는’ 전술인 셈이어서 역시 애플의 ‘교활한 지혜’를 보는 듯도 하다.

애플은 새해에도 온갖 발칙한 상상력으로 충성도 높은 팬덤에 영합할 기세다. 새롭게 리디자인된 16인치 맥북 프로 모델이 등장하고 여기다 미니 LED 디스플레이까지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M 시리즈 칩을 탑재한 23인치 아이맥도 나온다는데 아마 최초의 시도일 듯 싶다. 아이폰 12를 구식으로 만들 법한 아이폰 13도 벌써 얼리어댑터나 호사가들 사이에 오르내리고 있다. 포트 없는 무선 충전을 비롯해 터치 ID센서 디스플레이, 120Hz 프로모션 디스플레이, 고기능의 A15 칩 탑재와 같은 매우 구체적 사양이 떠돌고 있어 애플 아미들만의 단순한 희망사항이나 허세는 아닐 듯 싶다.

특히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은 ‘에어태그’다. 좀 부정확한 비유이긴 하나, NFC의 최첨단 버전이라고 할 ‘에어태그’는 정밀 위치추적기능이 기본이다. 이게 나오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키, 각종 개인 소지품에 그냥 붙여놓기만 하면 위치가 파악돼 잃어버려도 찾기 쉽다. 나아가선 인체에 부착하면, 실시간 건강체크나 생체리듬 조절기 역할도 한다. 어쩌면 매우 의미 심장한 열쇳말이 그 속엔 숨어있다. 장차 헬스케어나 지구촌 바이오산업을 정복하려는 애플의 과욕과도 같은 야심을 채울 첫 단추라고나 할까.

하긴 애플워치 시리즈 7에도 건강 센서가 탑재될 것이라고 한다. 지속적인 혈압 모니터링과 FDA가 승인한 산소포화도 측정기도 첨가될 것으로 보여, 앞서 말한 ‘바이오 산업 최강자’의 꿈에 본격 도전하려는 낌새를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새해부턴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에도 미니 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자체 개발한 5G 모뎀을 적용하는가 하면, 한켠에선 아이폰용 액세서리로 1세대 AR 헤드셋도 출시된다. 이 밖에도 애플의 신종 라인업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런 애플의 ‘폭주’를 그럼 어떻게 볼 것인가. 예정된 마스터플롯은 새로운 문명 장르를 생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탈코드 혹은 과소코드화의 방식, 즉 목적론적 사전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치를 깨치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디지털 혁명의 조건이란 점에서도 그렇다. 누군가 아이폰13의 출현을 기대하며, ‘정상이 아닌 것이 이제 정상’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애플의 무한 도전은 정상보단 공상을 잘하는 ‘돌아이’적 기질에서 발원했다고 할 법하다. 애플의 야심은 그처럼 충분한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