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ICT플랫폼 회사 전환 필요...디지털 기반 자원 배분 수행해야”
자본시장연구원 ‘COVID-19 이후 글로벌 증권업의 디지털 혁신 방향 및 시사점’ 보고서
한국 증권회사들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 패러다임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ICT 플랫폼 회사로의 전환을 선포하고, 전사적으로 디지털 기반의 자원 배분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저본시장포커스 25호 ‘COVID-19 이후 글로벌 증권업의 디지털 혁신 방향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한국 증권회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집중화된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위탁매매 수익 의존도가 더욱 커졌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회사채 스프레드가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주요 글로벌 증권회사들은 자기자본 투자 부문에서 손실을 기록했으며, 이로 인해 2020년 1분기에 글로벌 증권회사들의 ROE는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증권회사들은 다양한 사업부문에서 고르게 수익을 거두고 있는 반면, 한국 증권회사들은 위탁매매 등 특정 사업부문의 수익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0년 상반기 12개 글로벌 투자은행의 수익은 FICC(38%), 자산관리(24%), IB(20%), PI투자 등(18%) 순서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2010년과 비교하면 FICC 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줄었고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크게 증가하는 등 사업부문별로 고르게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반면 한국 증권회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위탁매매 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44%로 전체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부문의 수익 의존도가 높았다고 지적했다.
2020년 상반기 기준 한국 증권업의 자산관리 부문 수익은 전체 수익의 6%로 글로벌 증권회사들이 코로나19 이후 자산관리 부문에서 높은 수익을 실현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 증권회사들의 자산관리 부문 수익 기여도는 오히려 줄고 있으며 절대 수준도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한국 증권회사들의 수익성이 여전히 낮은 데에는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등 전통적 사업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높고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 창출 역량이 낮은 것을 꼽았다.
반면 글로벌 증권회사들은 수년 전부터 전 사업영역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선포하고 ICT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수행해온 덕분에 코로나19 이후 높은 수익성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글로벌 정보회사의 통계에 따르면 3년간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연간 영업수익의 약 30% 규모인 720억달러를 매년 ICT 비용으로 투자했으며, 향후 ICT 관련 투자 규모를 더욱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 패러다임이 가속화되어 증권거래, 자산관리, 기업분석, 투자중개, 지급결제 등 금융투자산업 전반에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보고서는 비대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해야한다고 과제를 제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거래가 위축되고 자본시장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글로벌 증권시장에서 비대면 거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6월말 미국 주요 증권회사들의 일평균 수익 거래량(Daily Average Revenue Trade: DART)은 1~4백만건으로 2019년말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동기간 미국 증권회사들의 활동 계좌수도 50~200% 내외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상반기 동안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서 대규모 순유출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는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증권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같이 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직접 참여가 증가한 가운데, 찰스스왑,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치뱅크, 로빈후드 등 주요 증권회사들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ICT 기반 비대면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하여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다음으로 혁신 스타트업 자기자본 투자 및 중개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글로벌 증권회사들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여, 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크게 늘렸다.
2020년 1분기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벤처투자시장이 일시적으로 위축되었으나, 2020년 2분기 이후 글로벌 증권회사들은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공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2020년 2분기에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벤처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대출을 수행한 건수는 총 195건으로, 2019년 4분기 규모와 비슷하다. 2020년 3분기에 글로벌 증권회사들이 벤처기업에 투자한 건수는 261건으로 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규모 기준으로도 230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2분기 연속 증가 추세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증권회사들이 투자한 벤처기업들은 대부분 핀테크 또는 인공지능·빅데이터·네트워크 등 ICT 전문 분야로 미래 성장성이 유망한 분야이다.
글로벌 증권회사들은 이들 스타트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혁신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용 절감을 추진하는 등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ICT 플랫폼을 통한 금융투자상품 중개 확대를 과제로 꼽았다.
실물경제 침체로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어,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구조화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구조화상품을 대면으로 판매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ICT 플랫폼을 통해 맞춤형 구조화상품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구조화상품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장외 주식 및 채권을 중개하는 혁신 플랫폼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한국 증권회사의 디지털 혁신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 증권회사들은 글로벌 증권회사들과 비교하여 사업 포트폴리오의 집중도가 높은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위탁매매 부문의 수익 의존도가 더욱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 패러다임이 가속화되면 금융투자산업도 중개, 자산관리, 투자은행, 자기자본투자 영역 모두에서 비대면 혁신 서비스가 증가하고 증권회사들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따라서 국내 증권회사들은 위탁매매, 자기매매 등 전통적 사업 부문의 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비대면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사적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해외 증권회사들의 디지털 혁신 전략을 참고해 비대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분 투자와 대출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라 했다.
나아가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 ICT 플랫폼을 활용해 중개 대상 금융투자상품을 전통적 자산에서 비상장 주식, 회사채, ESG 관련 금융투자상품 등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