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
마이크로소프트(MS)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컴퓨터 운영 체계 ‘윈도’, 문서 작성 프로그램 ‘오피스’ 등으로 알려졌던 MS는 지금 클라우드 회사로 변신 중이다. 동시에 스마트폰 이후의 혁신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스마트폰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준비하는 스마트폰 이후의 혁신은 가상현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홀로렌즈2를 드디어 국내에 출시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일본,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출시를 시작한 지 1년 만이다. MS는 지난 2일 간담회를 열고 혼합현실(MR)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웨어러블 홀로그래픽 컴퓨터 '홀로렌즈2'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홀로렌즈는 스마트폰이나 PC와의 연결 없이도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혼합한 MR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계로, 현실 공간에 가상 정보를 더해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홀로렌즈2는 넓은 시야각과 뛰어난 몰입감을 제공한다. 초경량 탄소섬유 소재로 제작돼 무게가 줄어들었고, 안면부에 치중돼 있던 무게중심이 뒤로 옮겨지면서 착용감이 3배가량 좋아졌다. 홍채인식 기능이 추가돼 쓰기만 해도 개인 계정 로그인이 가능해지는 등 기업 활용성이 강화됐다. 홀로렌즈2는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병원 등에서 수술 교육 등을 3D 홀로그램으로 제공해 교육 효율을 높이고, 디지털 정보를 물리적 현실 위에 구현하는 방식으로 미리 인테리어를 해보거나 건축 현장에서 설계를 확인해볼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의 협업으로 운영 효율성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애저 스페이스 발표
지난 달 26일에는 스페이스X, SES 등 인공위성 산업 리더들과 우주 클라우드 파트너십을 결성, 전 세계 다양한 산업을 위한 ‘애저 스페이스(Azure Space)’를 발표했다.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은 우주를 향한 접근 장벽을 계속해서 낮추고 있으며, 우주 공동체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에 MS는 ‘애저 스페이스’를 통해 산업 전반에 걸쳐 우주와의 연결성을 더 높이고 컴퓨팅도 가능케 할 계획이다.
먼저 지구 전역을 통신망으로 엮는 ‘스타링크(Starlink)’ 사업을 추진 중인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협력해 초고속‧저지연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애저 모듈러 데이터센터(MDC, Azure Modular Datacenter)’로 제공한다. 이동 가능한 컨테이너 형태의 데이터센터다. 까다로운 원격 위치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기능이 필요한 고객을 위해 기존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업무 현장에서 이동식 지휘 본부, 군사 임무, 광물 탐사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활용 가능하다.
MS의 실적
MS의 사업 영역은 크게 3가지다. 클라우드, 생산성 향상 툴, 그리고 PC사업이다. 이 가운데 클라우드가 차지하는 매출은 35%로 가장 크다. 클라우드 분야 3분기 매출은 13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9%가 늘었다. 클라우드 부문이 MS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4%였다. 당시 가장 큰 매출은 PC 부문(48%)에서 발생했었다. 하지만 2020년 10월, 스탯카운터를 기준으로 PC 브라우저 시장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이하 IE)의 전 세계 점유율은 2.15%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는 전 세계 수억 명이 사용하는 주력 제품이지만, 회사의 주요 성장 엔진은 아니다. 2019년 윈도우의 글로벌 매출은 204억 달러였던 데 비해 급성장하는 서버 및 클라우드 서비스 비즈니스는 전년 대비 24% 성장한 320억 달러를 기록,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제품 라인이 됐다.
인터넷 익스폴로러
불과 10여년 전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상징은 인터넷 익스폴로러였다. 2009년 1월 인터넷 익스폴로러의 점유율은 65.41%였다. 몰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마트폰의 등장이다. 크롬이나 사파리 등 모바일에서도 친화적인 브라우저의 사용자가 늘기 시작했다. 개발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역시 IE를 등한시하고, 윈도우 10을 출시한 이후부터는 엣지(레거시)를 기본 브라우저로 내세웠다. IE는 웹 표준 기술 수용도가 낮고, 액티브X 등 플러그인 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IE와 최대한 빠르게 ‘손절’하는 것이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이었다. 현재 IE 최신 버전은 2013년에 출시한 IE 11이며, MS는 향후 추가적인 버전을 내놓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즉, 현재 쓰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최신 버전이자 마지막 버전이라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MS는 소프트웨어 출시 후 5년간의 일반지원, 이후 5년간의 추가지원 등 대략 10년 동안 지원한다. 이를 ‘고정 수명 주기 정책(이하 고정정책)’이라고 한다. 올해 2020년 1월 지원이 끝난 윈도우 7 역시 2009년 출시 이후 10년 이상 지원을 받은 바 있다. MS는 이달 말부터 협업 솔루션 팀즈(Teams)의 IE 11지원을 중단하며, 내년 8월에는 생산성 소프트웨어 마이크로소프트 365 웹 앱 버전의 IE 11지원을 끝낸다.
1등 기업의 혁신
MS는 질시를 많이 받았다. 윈도 시리즈 운영체제(OS) 성공에 힘입어 1998년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이 됐지만, 21세기 들어 애플이 아이팟, 아이폰으로 승승장구하고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이 약진하면서 MS의 시절은 끝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금 MS는 디지털전환(DT: digital transformaion)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MS가 주목한 것은 오픈플랫폼, 협업 그리고 개발자들의 참여 같은 새로운 가치였다. 기업 문화가 달라졌다. 윈도와 오피스 제품도 구매가 아니라 구독으로 전환했다. 주력 사업은 클라우드, 소셜미디어(링크트인), 메신저 플랫폼(팀즈)과 같은 B2B(기업 간 거래) 사업으로 완전히 뜯어고쳤다. 성공 요인은 역시 조직 문화 쇄신’에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시대에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바로 소통, 공감, 개방성이다.
디지털 변화 주도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위 회사 중 7개는 소프트웨어 즉 IT 기업이 차지한다.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삶과 일터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으로 불리는 일련의 혁신도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달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금도 다수의 기업이 MS에 디지털 전환 방식을 의뢰하거나 논의하고 있다. MS는 지난 수년간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한 디지털 문화 혁신을 진행해왔고 성공적으로 근무방식 체질을 바꾸고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왔다. MS는 국내에서도 한국형 AI 활성화를 위한 포괄적 지원계획(Cloud & AI Country Plan)’을 수립했다.
MS는 스스로 기술의 보편화, 대중화, 삶의 변화라는 미션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IT기업의 역할은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역량을 보편화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는 혁신적이라는 말로 부족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변화의 시대에 혁신기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