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토론토 스마트시티’ 백지화…세계적 ‘스마트시티’ 열풍에 찬물?

개인정보 침해 ‘빅 브라더’ 우려 시민사회 반발…“사전에 사회적 합의 중요”

2020-10-05     김홍기 기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스마트 시티’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 토론토 시에서 구글이 야심적으로 추진했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가 중단된 일이 새삼 환기되면서 국제적인 반면교사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세종시 등 스마트도시 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인 우리로서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구글의 자회사 ‘사이드워크랩스’가 추진했던 이 계획은 지난 2년 동안 개인정보 침해와 21세기판 ‘빅브라더’ 출현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결국 치열한 소송 끝에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캐나다는 물론 앞다퉈 ‘스마트 도시’를 추진 중인 세계 각국에도 또 다른 교훈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캐나다 토론토 전경 (출처=www.booking.com)

 

시민사회 소송 제기에 구글 사업 철수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이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50년간 산업 쓰레기 폐기장으로 방치됐던 캐나다 토론토 온타리오 호수 서쪽 809만 3,713㎡의 지역을 최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미래 스마트 시티로 변모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2년 이상 추진해왔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대해 지난 5월 이를 중단한 바 있다.

그 후 각국 언론과 전문가들 간에는 그 이유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구글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례 없는 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생겼다”고만 언급했다. 그러나 사업 초기부터 지속된 개인정보 침해 논쟁이 진짜 이유로 알려지고 있다.

 

개인정보침해 이슈에 대한 ‘시민사회와의 합의 불발’

방대한 개인데이터 수집에 따른 사생활 침해 및 정보유출 우려 등이 지속적으로 이슈로 떠올랐고 시민사회와의 법률적 소송으로까지 비화되었다. 특히 구글의 ‘정보 제국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심이 크게 작용했다. 시민의 혜택과 편의의 대가로 구글에 제공해야 하는 개인정보·데이터, 상시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언급됨에 따라 거센 반대 여론에 직면해왔다.

이에 토론토시와 구글은 데이터를 구글의 사유화가 아닌 공공자산으로 정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2019년 말 가까스로 조건부 승인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개인정보침해 이슈에 대한 시민사회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캐나다의 한 인권단체가 토론토 스마트시티 계약 무효와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정부·주(州)·시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 단체는 “스마트시티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감시 자본주의’의 식민지 실험이며 도시·시민·정치의 중요 문제를 무리하게 배제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스마트 시티’ 계획이 성급하고 불투명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구글에 의한 ‘감시와 통제 자본주의’ 비판

실제로 스마트시티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서는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목적을 지닌 센서와 탐지장비를 이용한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감시카메라에 찍히는 것에 대한 실질적인 동의를 받을 방법이 없고 개인을 식별하지 않도록 정보를 처리한다는 보장도 확실치 않다는게 시민사회의 비판이다.

또 “끊임없는 감시가 이루어질 스마트시티가 과연 의미 있는 합의가 가능한가”라는 인권 단체의 의문도 계속 제기되었다. 심지어 시민사회 일각에선 “캐나다는 구글의 실험용 쥐가 아니다. 부당한 감시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구글이 복잡한 기술을 앞세워, 거래 상대를 종속시킬 수 있는 데이터 사유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일종의 인공지능 세탁(AI washing) 인프라”라고 비판했다.

이에 구글은 데이터 관리와 공적 이용 등의 문제를 캐나다 정부에 맡기기로 사실상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함으로써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우리나라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지적

우리나라도 정책적으로 스마트 시티를 강력 추진하고 있으나, 이번 구글의 시행착오를 일종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애초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기 전에 다양한 개인데이터 수집·활용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합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진작부터 있어왔다.

본래 스마트시티는 첨단 정보통신 기술과 방대한 데이터를 근간으로 하며, 사물인터넷, CCTV, 각종 스마트센서로 연결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도시 내 생활을 추적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특정한 기업이나 기관 혹은 정부나 지자체가 도시 내 시민 개인정보의 통제권을 갖고 있으며 언제든 다른 의도로 활용하거나 상시적인 감시, 통제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전세계가 스마트시티 열풍 속에 있는 가운데, 이번 구글의 사업 철수는 앞으로 스마트시티의 방향을 수정하는 세계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