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힘, 쉽지않은 대응

2020-10-05     김상철 칼럼니스트

구글이 내년부터 자사 앱 장터에서 팔리는 모든 앱과 콘텐츠의 결제금액에 '30% 수수료'를 적용한다. 구글이 인앱결제 적용 대상을 게임에서 일반 앱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구글의 정책 변화로 구글 앱 마켓에서 서비스되는 유료 앱들의 이용료도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거대 앱 마켓 사업자들의 불공정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의 정책 변화
구글은 앞으로 구글 플레이 내에서 인앱결제를 제공하는 모든 앱들은 구글 플레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앱결제란 ‘앱 개발사’가 아닌 구글이나 애플 같은 ‘앱 마켓 사업자’가 정한 결제 시스템과 결제 관련 정책을 앱을 등록하는 사업자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인앱결제는 게임 등을 이용하면서 앱 내에서 유료결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번 구글의 발표는 사실상 구글플레이에서 판매되는 모든 콘텐츠 구매금액의 30%를 구글에 수수료로 내라는 통보다. 그 동안 구글은 게임에 대해서만 자사가 정한 결제 시스템을 따르도록 했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적용 대상을 일반 앱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다.

달라진 구글 정책에 따라 구글 플레이에 새로 등록되는 앱들은 내년 1월20일부터 인앱결제가 의무 적용된다. 기존에 등록된 앱들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0월부터 적용된다. 앞으로 구글 플레이에서 유료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모두 예외없이 30%의 결제 수수료를 구글 측에 내야 한다.

인터넷 기업들의 불만
국내 웹툰·음악·동영상 등 모바일 콘텐츠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당장 국내에서 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멜론·왓챠 등 콘텐츠를 공급하는 서비스가 적용 대상이다. 당연히 국내 인터넷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은 불만이다. 이들은 수수료 비율이 과도하게 높고, 중소 앱 개발사들의 생존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기업 단체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구글 미국 본사와 구글코리아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방통위에 앱 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 강제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구글이 앱 마켓 시장을 사실상 과점한 가운데, 이를 이용하는 사업자들에게 무리한 정책을 강요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시민단체들도 공정거래위원회와 방통위에 구글의 법 위반 조사를 촉구한 상황이다.

업계의 우려에 대해 구글은 인앱결제 시스템 확대 적용으로 영향을 받는 앱의 비중이 많지 않다는 점을 내세운다. 현재 결제 시스템은 구글 플레이 내에 있는 앱들 중 3%에만 적용되고 그 앱들 중에서도 97%는 이미 구글 플레이의 빌링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인앱결제 시스템으로 영향을 받는 유료 앱 비중이 적고, 이 중 상당수가 이미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적용해 별 문제될 것 없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의 부담
시민단체에서는 앱 사업자들이 구글 인앱결제 강제로 제한을 받아서 서비스를 원활하게 하지 못하게 된다면 앱 이용자들도 영향을 받게 되고 결론적으로 앱 생태계의 경쟁을 제한하고 이용자의 후생이 저하되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라는 우려다. 얼핏 생각하면 인앱결제 방식을 따른 앱에서도 신용카드, 체크카드, 통신사 결제, 간편결제 등 각종 결제 방식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불편할 게 없다. 사용자들은 누가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고, 수익을 가져가든 관심도 없고 상관도 없다. 그러나 기업들은 높아진 비용 중 일부를 소비자한테 물릴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모바일 서비스들이 애플에서 결제할 때와 구글에서 결제할 때 그 금액을 다르게 받고 있다. 인앱결제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애플 앱스토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최대 32% 비싼 요금으로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 똑같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8천690원을 내지만, iOS 이용자는 30% 수수료가 더해진 1만1천500원을 내는 게 대표적인 예다. 네이버웹툰 이용권, 쿠키 1개의 값도 구글플레이에선 100원이지만, 수수료 부담이 있는 애플 앱스토어에선 120원이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그 피해가 소비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
이미 국회에는 앱 마켓 사업자 규정을 명확하게 하고, 불리한 계약 금지행위를 막을 수 있도록 방통위의 권리감독 권한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구글의 인앱결제 수단 강제는 논란이 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국정감사 증인에 구글코리아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이번 결정이 국내 앱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위법성 검토에 나설 계획이다. 공정위는 구글 한국 법인인 구글코리아에 심사보고서를 연내 발송하고 관련 안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1일부터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가 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부당한 조건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한 전기통신사업법 50조 제1항을 근거로 구글의 이번 정책 변경 사안을 살피고 있다. 이를 위해 접수 창구를 개설하고 불공정행위나 이용자 피해 사례를 파악해 실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쉽지 않은 대책
구글의 이번 조치가 앱 개발사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와 창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은 일반적이다. 영세기업이나 스타트업은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미 인앱결제를 시행하고 있는 게임 업체의 경우 인앱결제 수수료가 종업원 급여와 연구개발비를 합친 것보다 높은 업체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관련 소송도 제기된 상태지만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앱 사용 및 결제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가진 구글의 수수료 인상에 대비할 현실적 대안은 찾기 쉽지 않다.

구글의 행태에 대한 지적은 규모만 다를 뿐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도 똑같이 듣는 비판이기도 하다. 일례로 지마켓 운영사인 이베이코리아는 검색 수수료를 받는 네이버를 비판하기도 했으며, 중소상공인들 역시 백화점과 홈쇼핑사들의 수수료 갑질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와 같은 배달 음식 중개 앱 사업자들의 광고비와 수수료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당국의 규제가 구글을 한 번 향하면 그 규제가 자칫 언젠가는 국산 플랫폼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거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선택지는 부족하다. 국내 사업자에게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구글플레이 결제 금액은 5조9천996억원이며, 시장 점유율은 63.4%에 달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의 2019년 국내 앱마켓 시장의 매출 점유율을 합치면 87.8%에 달한다. 구글에 앞서 애플은 이미 지난 2011년부터 게임, 비게임 구분 없이 인앱결제 방식을 적용하고, 수수료 30%를 걷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