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 상의회장 되나
박영만 현 회장이 직접 타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한상의와 SK그룹 측은 "현재로서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박용만 회장이 직접 타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후임자로 최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박용만 현 회장의 제안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한 달여 전 직접 최 회장에게 차기 회장직을 맡아줄 수 있을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2013년 7월 전임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중도 퇴임하면서 임기를 시작했다.
2018년 3월 한 차례 연임해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당시 최 회장은 정중히 고사했으나 유력 후보로 여전히 추천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 회장을 계속해서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고사했던 최 회장도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상의 회장은 전통적으로 합의 추대를 통해 선임돼왔는데 박 회장을 비롯한 대한상의 회장단에서는 최 회장을 설득해 추대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그룹측에서는 재계 일각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룹차원에서 검토한 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상의회장 선임 일정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경제 이슈에서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경제단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은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아 정부 정책에 대해 재계의 의견을 적극 개진했었다. 대한상의는 연말에 본격적인 후보 인선 작업에 들어가 내년 2월에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부회장단 중 1명을 합의 추대하는 방식으로 차기 회장을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회장은 구성원들의 합의 추대로 호선하는 것이 관례다. 임기는 3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며 보통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직한다. 내년 2월 열리는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부회장단 23명 중 1명을 합의 추대하는 방식으로 차기 회장 선임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최태원 회장은 들어가 있지 않다.
대한상의측은 “차기 회장 후보는 연말 회장단 회의에서 논의할 사항으로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선대 회장이 타계한 1998년 SK 회장에 취임해 20여년 간 SK그룹을 이끌어 오고 있다. SK하이닉스 인수합병 등으로 석유와 이동통신에만 의존해왔던 그룹의 외형과 수익 기반을 바꿔놓았다.
아울러 사회적 가치로 대변되는 경영 철학으로 재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점 또한 평가받고 있다. SK그룹은 회계장부에 경제적 가치(EV)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SV)를 함께 기입하는 더블바텀라인(Double bottom line)을 도입하는 등 사회적가치가 현실 경영에 정착하는 데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대회장이 전경련회장을 지낸 것과 달리 상의회장으로 거론되는데 대해서는 이견도 제기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경련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렵고 이미 전경련에서 탈퇴해있는 SK그룹의 입장도 있어 상의의 위치를 과거와 달리 생각해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전경련과 상의
사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현 정부에서 계속 외면 받고 있다. 과거 재계를 대표해 정치권을 상대로 할 말은 해 온 기능은 사라진지 오래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정경유착 문제가 불거진 이후 기업들과 회동이 있을 때마다 전경련이 아닌 대한상의를 파트너로 삼아오고 있다.
전경련 허창수 회장은 새 정부 들어 전경련 회장으로서 대통령 해외 순방 등 정부 행사에 참여한 적이 없다. 재계 소통창구로서의 입지를 상실해 대화 파트너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은 후임 회장을 찾지 못해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5번째 맡고 있기도 하다. 허 회장은 2년 임기의 회장직을 한번 더 맡아 2021년까지 전경련을 이끌게 된다.
전경련은 '최순실 게이트' 사건에 연루돼 여론의 질타를 받은 뒤, 임직원 수는 40% 넘게 줄었다. 회원사들이 우후죽순 이탈하면서 LG를 시작으로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이 순차적으로 전경련을 탈퇴해 위상은 급속도로 낮아졌고 이에 대신해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대한상의의 위상은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