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와 중고차 시장

대기업 진출을 둘러싼 논란

2020-09-07     김상철 기자

쏘카, 중고차 시장 진출
국내 차량공유(Car Sharing·카셰어링) 기업 ‘쏘카’가 온라인 중고차 판매사업에 진출한다. 쏘카는 키스팅이라는 서비스 이름으로 온라인 중고차 판매 사업을 하기로 하고 지난달 25일 특허청에 상표 출원을 완료했다. 앞서 쏘카는 지난 3월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베이직’ 서비스를 무기한 중단했다. 타다베이직용으로 쓰던 11인승 카니발 1500여대를 처분하던 쏘카는 지난 6월 중고차 매매업체에 매각하고 남은 차량 일부를 개인회원에게 직접 판매하기로 했다. 1차 판매물량 45대는 90분 만에 모두 팔렸고 쏘카는 이를 기점으로 사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쏘카는 현재 1만2000대의 렌터카를 보유하고 있다. 매년 가동 연한이 다 된 차량은 업체를 통해 처분해왔다.

쏘카의 판매방식
쏘카의 시장 진출은 국내 중고치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쏘카 누적 회원 수는 올해 6월 기준 6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전체 운전면허 보유자 5명 중 1명은 쏘카 회원인 셈이다. 쏘카는 조회부터 구매까지 모든 과정에 비대면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쏘카 앱에서 가격, 주행거리, 연식, 사고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맞춰 차량을 검색하고, 선택한 차량별 특장점이나 편의사항, 보험 이력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타다 차량을 중고로 판매할 당시 선보였던 ‘타보기’ 서비스를 차별화 요소로 내세울 수 있다. 일정한 이용료를 결제하면 3일간(72시간) 차량을 직접 타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였다.

국내 중고차 시장
국내 중고차 판매업의 매출액 규모는 2016년 7조9669억원에서 2018년 12조4217억원으로 늘었다. 2년 만에 55.9%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를 약 3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은 전형적인 판매자와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이 심각한 시장이다. 이 때문에 성장 잠재력과 기회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숙도가 낮아 쏘카를 비롯한 대기업이 유입되면 유통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도 중고차 판매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반발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일단 중고차 매매업은 대기업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이라는 것이다.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대기업의 중고차매매사업 진출을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연합회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5년간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진출이 제한되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등 중소기업 적합업종보다 소상공인 보호가 한층 강화된 제도다. 지난 2019년 2월 28일 중고차 사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기간이 6년만에 만료됐다. 이에 중고차 업계는 동반성장위원회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유무는 동반성장위원회의 검토 후 중소기업벤처부가 결정한다. 그러나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미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중기부의 고민
동반성장위원회가 부적합판정을 내린 만큼 사실 중기부는 고민할 게 없다. 그러나 중기부는 당초 5월경 결정을 내릴 계획이었지만 가부 판단을 미루고 있다. 내부 의견 정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유에서 비롯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단순한 경제문제로 보지 않는 시각이 많다. 당장 여당내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진출을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현 정부의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참여연대도 역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경제적인 시각으로만 보면 사실 동반성장위원회의 판단만이 아니라 시장에서도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수입차 브랜드들은 이미 공식판매사(딜러사)를 통해 인증중고차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국산차에 대한 역차별이다. 외국 자동차회사들은 직접 중고차 판매사업을 하고 있는데 국내 업체들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업체들의 항변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특히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중고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입 인증중고차의 경우 자체적인 검사와 보증연장 등을 앞세워 가격을 높이는데, 국산차 역시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다. 양질의 중고차 매물을 완성차 업체들이 독점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 신차 유통권을 쥐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이 좋은 조건의 중고차를 매입할 경우 일반 중고차 매매사업자들이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나 소비자입장에서는 또 다르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정보 부족의 중고차시장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 거래를 더욱 활성화시킬수 있다. 가격도 오히려 낮아질수 있을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비자를 위해 그리고 국내업체들에 대한 역차별을 막기위해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영세 중고차 판매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장진출을 막을 것인가. 쏘카가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의 시발점이 될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