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버네티스와 ‘관용’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재단 CNCF가 설문조사를 해보니 대상 기업의 78%가 쿠버네티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가히 경이적인 결과다.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은 비단 쿠버네티스뿐 아니다. 도커나 메조피어, 아파치 메조 등 유사한 플랫폼도 많다. 이들 역시 오픈소스이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쿠버네티스가 출시 6년 만에 이들을 제치고, 명실공히 클라우드 커뮤니티의 최강자로 등극한 것이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굳이 발췌하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두어 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오픈소스 특유의 개방성, 그리고 어떤 간섭도 받지 않는 탈종속성이 그것이다.
클라우드 생태계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데, 이제 컨테이너는 결코 없어선 안 될 요소다. 그럴수록 오픈소스 또한 일종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애써 개발한 SW를 제약없이, 그리고 돈도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공여한다는 점에서 이는 공유경제의 최첨단 버전으로 칭송할 만하다. 한편으로 오픈소스는 공여된 SW나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자와 시장의 친화를 도모한다. 잘만 되면 브랜드 종속적인 고객 마케팅의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공급자의 선한 의지가 그 만큼 보답을 받는 셈이다. 쿠버네티스는 오픈소스의 그런 장점을 누리면서도 커뮤니티의 공감을 산 전형적 케이스다.
그러나 같은 오픈소스인 메조피어나 도크 역시 쿠버네티스보다 못하지 않다. 오히려 쿠버네티스보다 빨리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 툴로 등장하면서 폭발적인 환영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프로그램 제어 방식 등이 폐쇄적이고, 공급업체에 종속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반쪽짜리 오픈소스에 그친 것이다. 다시 말해 다중에게 제한없이 공여는 하되, 공급자의 ‘아우라’가 늘 사용자들 부근에 어른거리는 식이었다. 그 점에서 쿠버네티스는 달랐다. 말 그대로 완전한 개방 내지 방임이었다. 공급자인 구글의 존재는 아예 쿠버네티스의 어떤 행간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예리한 IT전문가들은 ‘구글의 상대적인 부재’라고 했다.
실제로 많은 오케스트레이션 프로젝트는 알게 모르게 공급업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러나 쿠버네티스를 내놓은 구글은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절 간섭하지 않고, 사용자들의 무한 응용과 창발적인 사용에 내맡겼다. 배제와 소외로 얼룩진 ‘소유’에 급급한 기술 만능의 현실에선 보기 드문 스탠스라고 할까. 그야말로 ‘관용’이라고 해야 옳다. 그런 관용적 메시지가 사용자들과 교감하면서 클라우드 커뮤니티는 너도나도 쿠버네티스에 열광했다. 좀 거창한 의미로 확장하면, 클라우드 대중에겐 사회총합의 부를 지혜롭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배려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실제 구글이 그런 배려와 고민을 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길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클라우드 커뮤니티가 그 속에서 ‘인간적 효율성’을 발굴했다는 점이다. 즉 관용과 공유라는 또 다른 인간적 가치로 해석한 것이다. 몰가치적 생산성에 매몰된 효용만능사회를 극복하고자 하는 일말의 의지로 번역되었고, 제러미 리프킨이 말한 ‘물재(物材)의 소유가 아닌 정신적 포용력’으로 와닿은 것이다. 구글 본래의 의도야 어찌되었든, 쿠버네티스는 디지털 세계를 수평적 네트워크로 재구성하는 선명한 기호로 전달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다른 막강 라이벌들을 제칠 수 있었던 큰 힘이 되었다. 일부 분석가들 시각도 비슷하다. 쿠버네티스가 그런 관용적 오픈소스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AWS가 더 많은 워크로드로 ‘쿠버’를 제치고 나갔을 거라는 얘기다.
클라우드 세상답게 많은 IT업체들은 이제 절대 다수가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다. 그러나 전문적인 또 다른 조사에선 다르다. 전 세계 IT 시장의 지출 중 절대액수가 여전히 퍼블릭 클라우드보다는 온프레미스 환경에 집중된다. 언뜻 역설적인 현상이다. 그런 와중에도 기업의 절대 다수가 또한 쿠버네티스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더욱 역설적이다. 다시 말해 완전한 오픈소스와 관용적 개방, 그리고 공급자 구글의 ‘부재’의 존재가 그 비결이 된 것이다. 비결이라기보단, 미덕이라고 해야 맞다. 그런 미덕이 한꺼번에 화합하고 섞이면서 기적과 같은 쿠버네티스 세상을 만든 것이다. 나아가선 관용과 공감으로 된 선한 가치사슬을 탄생시킨 것이다. 결국 디지털혁명의 모든 소스코드 역시 그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