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건설’ 시대…그러나 건설업계 ‘ICT투자’엔 인색
건설연 “건설산업 ICT 투자 둔화세 고착, 이대론 4차산업혁명에 대응 어려워”
스마트 건설이나 스마트 팩토리 등이 점차 건설과 제조업 등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 분야에선 IT 및 ICT 투자와 디지털화가 다른 산업 부문에 비해 여전히 미흡하다는 주장이 국책 건설산업 연구기관에 의해 제기되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주 펴낸 ‘건설산업 동향’(772호)에 따르면 전체 건설 자본 중에 ICT에 대한 투자액, 즉 ICT 자본 집약도는 한때 약간 증가했으나 최근 수 년 간은 시종 정체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하향세는 아예 추세로 고착되고 있다는 설명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ICT자본 집약도 증가율 ‘해마다 줄어들어’
연구원은 이에 관한 통계가 확정된 지난 2017년까지의 추세를 바탕으로 이런 분석을 가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건설산업의 ICT 집약도는 2017년의 경우 5.6%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전년도에 비한 증가세가 문제다. 전년도에 비한 ICT자본 집약도의 증가폭은 2015년 0.1%p, 2016년 0.0%p, 2017년 0.0%p를 기록하는 등 정체 추세가 확연하게 나타난 것이다.
특히 건설산업의 ICT자본스톡 증가율, ICT로 인한 자본총량의 증가율은 2011년 이후 계속 둔화되어 오다가 2017년에 와선 다른 모든 기업활동으로 자본총량 증가율인 총자본스톡 증가율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매년 ICT에 의해 건설기업들의 자본증가에 대한 기여율이 날로 줄어든 것이다.
건설사들이 ICT 기술로 돈을 벌어들이는 비율이 다른 자본재나 기술에 의한 것보다 갈수록 작아진다는 뜻이다. 그런 양자 간의 차이, 즉 ICT 자본스톡 증가율과 총자본스톡 증가율과의 격차를 봐도 2016년엔 전자가 후자보다 2.2%p 많았으나 2017년엔 오히려 전자의 증가율이 3.9%로 후자이 증가율 4.0%보다 –0.1%p로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측은 이를 두고 “건설산업의 투입 요소 중 자본의 구성 요소 변화에 관한 엄밀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ICT 자본스톡 비율 감소에 대한 대안을 촉구했다.
건설기업들 “ICT기술 신규 투자 여력없어”
이처럼 건설기업들의 ICT기술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신규 투자에 대한 여력이 없어 ICT기술에 대한 투자의 수익성 여부와는 무관하게 ICT자본에 대한 투자를 줄여 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선 우선 ICT가 융합된 스마트 건설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정책 당국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물론 건설사 자체적으로 ICT자본 투자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성 자체가 감소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ICT투자를 줄여 나가는 식의 조정을 했을 수도 있다.
이는 곧 건설업과 여느 수출 제조업과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즉 다른 산업체의 경우 ICT융합을 촉진하는 등의 정책 및 지원 제도의 효과가 적어도 건설산업에 있어서는 그다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설 디지털화’ 정책과 추세와는 정반대 현상
그러나 이런 조사 결과는 디지털 기반의 건설기술 보급은 국내 건설산업의 고질적 침체와 애로를 타개할 방안으로 늘 강조되고 있는 현실과는 다소 배치되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도 건설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2025년까지 스마트건설기술 활용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스마트건설기술로드맵을 수립한 바 있다. 실제로 건설산업연구원 등 건설 관련 연구기관이나 건설업계 현장에서도 ‘건설장비 디지털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의 도로 건설장비 자동화 기술은 건설장비의 원격 작업지시, 작업 자동화, 자율주행을 통한 건설장비의 스마트화를 내용으로 한다. ‘디지털 지도 구축 및 적용’ 역시 업계 일각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기술이다. 건설 현장에서 자율운영이 가능한 드론 계측시스템 및 지상 무빙 플랫폼을 활용하여 현장 관리자가 활용할 수 있는 초정밀 디지털 지도를 제작하는 것이다.
원격 자동화 등 스마트 건설 기술은 빠르게 발달
특히 ‘도로 구조물 원격 자동화 시공기술’은 최근 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스마트 건설기술의 핵심이다. 이는 로보틱스, 3D 스캐닝, 기계학습 등의 기술을 활용한 원격ㆍ자동화 시공으로 연결된다.
자동화 시공으로 인해 고령화 되고 있는 건설인력들을 보조할 수 있으며 신속하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 노동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 또한 도로 구조물의 위험하고 열악한 시공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궁극적으로 건설 현장의 재해율 감소와 일자리 고품질화에 기여할 수 있고 도로 구조물 시공 기간 단축을 통한 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ICT투자 늘수록 노동생산성도 증가
현실적으로 건설업계는 건설사 간의 과다경쟁, 주력 해외시장 축소, 인력의 고령화, 기술경쟁력 추락, 누적된 건설산업의 구조적 모순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때문에 건설산업의 체질 개선을 통한 위기 타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스마트 건설’이다. 실제로 ICT자본집약도가 정체되고 있는 현실과는 달리 ICT자본집약도가 늘어날수록 건설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건설산업의 디지털화와 ICT 투자가 생산성을 높이고 건설산업 전반의 발전을 견인한다는 뜻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의 나경연 연구위원은 “결국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스마트 건설사업 활성화 등 건설산업의 ICT투자가 촉진되면, 건설산업뿐만 아니라 전 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거나 견인할 수 있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