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두 개의 성장 엔진…반도체·바이오 ‘투트랙’ 전략
SK, 바이오랜드 매각
SKC가 화장품과 건강식품 원료 제조 자회사인 SK바이오랜드의 보유지분 전량을 현대HCN에 매각한다.
SKC는 18일 SK바이오랜드 보유 지분 27.94%, 약 419만주를 현대HCN에 매각키로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매매금액은 1천205억원으로, 오는 10월 중순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 할 계획이다.
지난 1995년 설립된 SK바이오랜드는 2015년 SK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 회사는 국내에 5개 생산 공장과 중국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또 천연물을 활용한 추출·발효·유기합성 등에 핵심 기술력을 보유 중이다.
천연 화장품원료로는 국내 1위의 시장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화장품·건강식품 원료, 의료기기, 원료의약품 등을 주로 생산하는 SK바이오랜드는 수 년간 꾸준히 16~17%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천63억원, 45억원 수준이었다.
반도체 투자위한 매각
SKC는 이번 매각으로 추가 성장재원을 확보해 모빌리티·반도체 중심의 2단계 비즈니스 모델 혁신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목표다.
한 마디로 반도체 관련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다, SKC는 지난 12일 자회사 SKC솔믹스에 대한 지분을 100%로 확대해 SK솔믹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공개 매수와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남은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SKC솔믹스는 반도체 장비 부품 업체다. 반도체 공정용 부품을 만드는 사업을 한다. 최근에는 반도체 부품·장비 세정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으며, 올해 안으로 중국 우시에 세정 공장을 설립해 내년 상업화에 돌입할 계획이다. SKC의 반도체 사업은 그동안 반도체 소재 부문과 자회사 SKC솔믹스 두 부분으로 나뉘어 운영돼 왔다.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반도체 사업은 현재 확실한 SK그룹의 성장엔진이다. SKC도 그동안 반도체 사업을 소재 부문에서 계속 확장해왔다.
일본 수입이 90% 이상인 하이엔드급 블랭크마스크의 국산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반도체는 소재 전문 기업인 SKC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3가지 분야 가운데 하나다.
SKC의 행보는 결국 반도체 사업의 주축인 SK하이닉스를 위한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더 탄탄해진 반도체 소재 공급망을 확보하게 된다.
SK 그룹의 성장은 하이닉스 인수 전과 후로 나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 총액 2위에 자리하면서 SK 최고의 캐시 카우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 수직 계열화는 그 과정이다. SK는 2015년 반도체 제조용 특수 가스 업체 SK머티리얼즈 인수를 시작으로 반도체 소재 사업에 진출했고, 2017년에는 반도체 칩용 웨이퍼 업체 SK실트론과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인수하며 기술 경쟁력을 높였다.
또 하나의 성장엔진, 바이오
그러나 바이오 사업 역시 SK그룹이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SK바이오랜드 매각은 SK 가 역점을 두고 있는 바이오 사업과 관련성이 없기 때문일뿐이다
SK의 바이오 사업은 이미 상당부분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SK케미칼의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개발업체인 미국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후보물질을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원천 기술을 가진 업체로부터 항원 제조기술을 이전 받아, 제품을 생산하거나 추가 공정을 개발해 전세계에 백신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바이오사이언스 안동 공장은 계약에 따라 이달부터 임상 과정부터 필요한 공정개발과 원액 생산에 돌입한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글로벌 백신 개발에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 위탁생산 계약도 체결한바 있다.
SK 바이오사이언스도 공개 예정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업공개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2021년 IPO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SK바이오팜에 이은 또 하나의 대박 공모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코로나19(COVID-19) 최대 수혜주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한 백신 전문기업이다.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 등을 개발했다. 최대주주는 SK케미칼로, 지분율은 98.04%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합성항원 백신 개발을 위해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 협력을 시작했다.
오는 9월 임상시험에 진입, 2021년 백신 허가를 신청하겠다는 목표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 항원 개발을 위해 360만달러를 지원받기도 했다.
SK그룹의 바이오 사업
SK그룹의 바이오사업에는 주목해야 할 계열사가 또 있다. 현재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SK바이오팜과 원료의약품 생산법인(CMO)인 SK팜테코가 쌍벽을 이룬다. SK팜테코 역시 조만간 상장이 예상된다.
원래 SK그룹 바이오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SK바이오텍은 2017년 글로벌 제약사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 인수에 이어 2018년 미국 앰팩을 인수한 바 있다.
지난해 SK는 SK바이오텍 산하에 있던 아일랜드와 미국 법인 지분 100%를 취득했다. 이후 SK팜테코를 설립해 CMO 3개 회사를 통합했다.
상장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해석할수 있다. CMO 법인 3개를 통합한 SK팜테코의 현재 시장 가치는 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SK는 SK팜테코를 세계 최대 규모의 CMO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현재 SK팜테코가 확보한 원료의약품 생산 능력은 100만리터를 넘어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다만 SK팜테코는 미국 새크라멘토에 설립된 만큼 미국 증시에 상장할 가능성도 있다.
SK그릅, 두 개의 성장엔진
SK그룹의 성장은 두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성장엔진이 반도체라면 미래의 성장엔진은 바이오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은 바이오를 미래산업으로 보고 1993년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특히 SK는 2007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사 직속으로 뒀다. 2011년에는 신약개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SK바이오팜을 설립한데 이어, 2015년에는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하고 의약품 생산으로 사업 분야를 넓혔다.
신약 개발부터 생산까지 수직계열화에 나선 것이다. 이후 SK바이오텍은 2017년 다국적 제약사인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사들였고 2018년에는 SK가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했다.
한편, 화학사업과 제약사업을 함께 영위해오던 SK케미칼은 2015년 혈액제재 사업을 분사해 SK플라즈마를, 2018년 7월 백신 사업 부문을 분사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신설했다.
SK의 제약·바이오 계열사들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현재 바이오는 반도체와 함께 SK그룹 성장전략의 두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국내의 대표적인 CMO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다. SK의 바이오 계열사들도 이들과 같이 경쟁할 시간이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