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출범과 콘텐츠산업
넷플릭스와 경쟁은 어떻게 가능할까.
티빙 출범
CJ ENM과 JTBC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합작법인 티빙이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CJ ENM이 보유한 OTT 티빙의 담당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JTBC가 2대 주주에 오르는 방식이다. 이 연합에는 KT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T 고가 요금제 가입자가 무료로 티빙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KT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같이 하는 수준 정도로 제휴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역시 티빙과의 제휴를 위해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티빙의 출범을 앞두고 국내 OTT 연합 플랫폼 웨이브 간 합병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은 공개적으로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제안을 꺼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기준 웨이브의 지분 30%(의결권 있는 전환주 총 304만800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텔레콤의 공개 제안은 SKT-웨이브 연합만으로는 사실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웨이브 이용자 수는 초기에 비해 크게 급감했다. 지난 5월 웨이브의 월간 이용자수는 약 346만명으로, 지난해 11월 출범 초기에 비해 약 14% 감소했다. 반면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자수는 지난해 12월 387만명으로 9월 대비 약 43% 급증하면서 웨이브를 추월했다.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한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자 수는 올해 5월 637만4010만명을 돌파했다.
OTT서비스와 넷플릭스
OTT(Over The Top)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받아 시청하는 서비스다. OTT 서비스는 인기있는 영상을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어디서든 또 어떤 기기로든 볼 수 있게 만든다. 소프트웨어 정책 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4년~2020년 국내 OTT 시장 매출액은 평균 26.3%씩 성장해 2020년 기준 7,80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유튜브다. 2,805만 명이 유튜브를, 315만 명이 웨이브를, 205만 명이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1월 기준 유튜브의 월평균 이용 시간은 1,229분, 웨이브 471분, 넷플릭스 323분으로 집계됐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유튜브가 압도적인 1위, 그리고 2위자리를 놓고 웨이브와 넷플릭스가 경쟁하고 있는 정도다.
그러나 넷플릭스와의 경쟁은 버거운 일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2016년이었다. 미국의 OTT 기업인 넷플릭스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우리나라 시청 문화 패턴이 달라졌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억 6천 만 가까운 이용자를 거느린 세계 최고 OTT 기업이다. 막강한 자본력과 콘텐츠를 무기로 세계 미디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웨이브의 한계
웨이브는 지상파 3사(KBS, MBC, SBS) OTT 서비스인 푹(POOQ)과 SK텔레콤의 OTT 서비스인 옥수수(oksusu)를 합친 국산 OTT 서비스다. 무료 콘텐츠와 채널이 줄어들고, 베이직 서비스의 기본 해상도가 낮아졌다는 점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콘텐츠다.
웨이브는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등 100여 개 방송 채널과 23만여 개 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방송 메뉴를 통해 지상파 3사가 제공하는 뉴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고, LIVE메뉴를 통해 지상파 3사의 단편 콘텐츠, 종편 및 라디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 지를 생각해본다면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히는 것이 tnN, JTBC의 부재다. tnN은 CJ ENM계열 방송사라 티빙(TVING)을 통해 온라인 콘텐츠를 송출하고 있고, JTBC는 지난 9월부터 1월 사이에 라이브와 VOD 서비스 모두 종료됐다. 최근 인기를 끈 부부의 세계나 이태원클라쓰,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사랑의 불시착 등 인기 드라마를 웨이브에서 볼 수 없다.
게다가 넷플릭스와 달리 웨이브의 독점 콘텐츠는 미미하다. 웨이브 출범 당시 오는 2023년에 총 3,000억 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제작된 드라마는 '조선로코-녹두전'과 '꼰대인턴' 그리고 7월 10일부터 공개하고 있는 시네마틱 드라마 'SF8'까지 세 종뿐이다. 물론 서비스품질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소비자는 품질과 콘텐츠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데 두 부문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 웨이브와 넷플릭스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를 봐도 드러난다. 넷플릭스의 경우는 '자막이 너무 크다'거나 ‘출력이 불안하다' 등 개선 가능한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 많은 반면 웨이브는 '이용권 구매 권유가 지나치게 많다' 같이 서비스 자체를 지적하는 문구가 많다. 지난 7월 1일에도 공지 없이 서비스가 중단돼 CEO가 사과문을 올리는 일도 벌어졌다.
콘텐츠산업의 미래
OTT는 콘텐츠로 유료 가입자를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콘텐츠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능한한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려면 국내시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래서 해외진출까지 가능해야 한다. 막강한 자본력이 필요한 이유다. 넷플릭스의 경우에도 가장 큰 경쟁력은 넷플릭스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자체 제작 콘텐츠들, 일명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국내 문화산업은 현재 K-Pop과 한국 영화, 드라마 등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OTT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 콘텐츠 자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도적 플레이어로 나서는 것이 꿈으로 그치기에는 아쉽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22일 열린 제12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한국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국내 미디어 시장규모 10조원(2018년 기준 6조9000억원, 이하 동일) ▲콘텐츠 수출액 16조2000억원(11조6000억원) ▲글로벌 플랫폼 기업 최소 5개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앞으로 2년 내에 넷플릭스에 버금가는 5개의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말이다.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얘기다. 당장 넷플릭스가 제시하는 제작비는 기존 국내 제작 환경과 비교하기 어렵다. 지금 상황대로라면 국내 콘텐츠 시장부터 외산기업이 주도하는 상황으로 재편될 수 있다.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의 시각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 개방된 글로벌 미디어 경쟁 체제에서 토종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최소한 미디어에 대한 규제 완화와 기업결합 제한 규정 수술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지상파 방송 전체보다 광고 수익을 더 많이 낸다고 소문이 난 미국 기업 유튜브지만 우리나라에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벌어가는 돈은 매달 200억원이 넘는다고 하지만 방송업계가 매출에 따라 내는 방송발전기금을 넷플릭스는 내지 않는다. OTT 기업은 방송사업자가 아니어서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도 내지 않는다. 당장 케이블TV·IPTV·위성 사업자는 방송법과 IPTV법 등의 규제 대상이지만, OTT 사업자는 규제에서 자유롭다. 해외 기업은 해당되지 않는데 우리 기업만 발목을 잡는 규제가 있다면 다시 검토하는 것이 옳다. 시대와 환경에 맞는 법과 제도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