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온리’의 퇴조

2020-07-25     박경만 주필
박경만 한서대 교수

클라우드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그냥 인터넷 공간의 또 다른 컴퓨터와 연결하기만 하면, 수많은 벤더나 솔루션을 거치지 않고도 독창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소기의 비즈니스 목표를 쟁취할 수도 있다. DB기술이 얕은 기업에겐 컨테이너나 서버리스 컴퓨팅 같은 첨단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좋다. 소정의 비용만 내면 가상화나 자동화, DB용량 계획과 같은 데이터 과학의 진수를 맛볼 수 있어 더욱 좋다. IT인프라에 돈과 시간을 뺏기는 기업에겐 그야말로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다. 렌털 방식의 클라우드는 그처럼 사이버 공유의 미덕을 한껏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할까. 문제는 ‘클라우드 퍼스트’를 넘어선 ‘클라우드 온리(Only)’다. 모든 데이터 자산 내지 주권을 오로지 클라우드,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에 넘기다시피 하는 것이다. 흔히 퍼블릭 클라우드는 그 고객이 되는 순간, 오로지 그곳에만 머물도록 강제되는게 보통이다. 데이터를 많이 저장할수록 다른 클라우드나, 프라이빗으로 이사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은 클라우드 업체에 예속되거나, ‘을’의 신세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사실 퍼블릭 클라우드의 맞춤형 용도는 따로 있다. 새로운 앱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어떤 IT기술이나 자원으로 보완할지 따위를 가늠해보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사전 테스트, 혹은 시장 탄력성이 작은 앱의 시험 공간으로는 퍼블릭 클라우드가 제격이다. 반면에 안정적이고 변동성이 적은 서비스나 보안 정보, 고유 정보 등은 자체 DB센터 등에 저장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럼에도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 ‘친구따라 강남가는’ 격으로 무조건 인기에 편승하며 클라우드 대열, 그것도 퍼블릭 클라우드를 무분별하게 소비하고 있다.

물론 퍼블릭 클라우드가 많은 장점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는’ 식이 되어선 안 된다. 최근 디지털 비즈니스 일각에서도 이런 경각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막무가내로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유턴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하지만 퍼블릭과 프라이빗, 엣지 클라우드까지 통합된 멀티클라우드 세계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는 프라이빗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분산 클라우드’의 보편화라고 할 수 있다. 개중엔 무모할 만큼, 대놓고 프라이빗 클라우드로의 복귀를 계획하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애당초 4차산업혁명의 뉴런은 하이퍼텍스트 기능이다. 하이퍼링크를 통해 공상과 가상을 현실로 바꿔놓을 수 있고, 서사적 선형성(linearity)을 파괴하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나 법칙이 그 다음 사건의 전 단계가 되는, 그런 이치와 고리를 깨버린 것이다. 오죽하면 문명 서사의 단편들을 밑도 끝도 없이 순서를 조작하는게 디지털 세상이라고 했을까. DB통합센터와 온프레미스, 프라이빗 클라우드, 그리고 그 대척점의 퍼블릭 클라우드, 분산 클라우드 등을 피드백하며, 왔던 길을 다시 왕복하며 복기하는 것도 그것과 닮았다.

현재로선 하이퍼 스케일한 퍼블릭 클라우드에 맞먹는 인프라가 프라이빗 클라우드엔 없다. 그래서 HCI(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통해 클라우드에 적용한 기술을 자사로 옮겨오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말 그대로 HCI는 ‘하이퍼 컨버징’으로 하드웨어를 대체한 것이다. 하드웨어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장점을 추가로 획득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남의 클라우드를 복제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확산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요즘엔 클라우드 업체들도 자사 퍼블릭 클라우드의 최첨단 기능을 온프레미스나 코로케이션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바로 배달하기도 한다. 마치 고객들에게 DIY 매뉴얼을 보급하는 것과도 같다. 

어쩌면 한 시점의 트렌드라고 할까. 이는 좋게 봐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의 귀환이다. 크게 보면 비곡선적 ‘탈선형’ 융합과도 닮은 동선이다. ‘퍼블릭 클라우드 온리’의 퇴조는 그렇게 가상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그것이 온전한 클라우드 질서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