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자동화’, 오히려 일자리 더 늘어?

로봇 운용 직무 등 고급 일자리 중심…단순․반복 직종은 크게 감소

2020-04-08     김점이 기자
사진은 지난해 디지털 전자전에 출품한 ‘네이버 암비덱스’ 로봇이며,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김점이 기자

흔히 로봇에 의한 자동화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축소되거나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실제 로봇 공정을 활발히 운용하고 있는 제조업이나 전기․전자업계 현장에선 전체 고용량은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로봇을 만드는 기업의 인력이나, 로봇을 구동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관련 직군의 일자리는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주 펴낸 ‘로봇 산업 활성화에 의한 고용효과’에서도 로봇에 의한 생산성 증가로 기업 이윤이 증대하고, 이에 따른 고부가가치 직무의 고학력 혹은 고숙련 전문직군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고용 증가와 감소가 교차
보고서가 인용하는 국제로봇협회에 의하면 한국은 제조업에서의 로봇 도입 및 운용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7년 기준으로 제조업 작업자 1만 명 당 로봇 대수 통계에서 한국은 710대에 달해, 제조업 강국인 독일(약 320대), 일본(약 310대), 미국(약 200대)을 앞지르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1위를 해온 싱가포르(약 670대)도 해당 연도부터는 한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로봇 자동화로 인해 단순 직무나 반복된 공정 분야의 일자리는 분명 크게 줄어들고 있다. 결국 로봇 도입은 고용을 늘리는 효과도 있고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으므로, 이 두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로봇을 도입하면서 공정의 일부가 자동화되어 해당 공정의 작업자들이 해고되거나 보다 단순한 직무로 배치되고,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실직하는 경우도 많다. 주로 저숙련 일자리들이 로봇 보급으로 인해 대거 감소하면서 대량 실업의 위기도 발생한다. 이에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인력에 대한 정책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로봇 제작산업 활성화로 관련 일자리 크게 증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로봇을 도입함으로써 또 다른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불량률 저하와 품질 향상 등으로 기업 경쟁력이 향상되고 매출이 올라가면서 생산 작업 현장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국내 로봇 제작 산업이 활성화되어 현재 수입에 의존하는 고부가가치 로봇을 국내에서도 생산하게 됨으로써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하고 그 만큼 국내 고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 경우 실직과 신규 고용이 서로 교차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단기적으론 로봇을 도입하면 장기적으로 급격한 생산성 향상과 로봇 운용 인력에 대한 필요로 인해 기업이 신규 채용을 늘린다. 그러나 생산성이 증가함에 따른 인건비 절감책으로 인력을 감축하면서 신규 채용 인력 숫자를 상쇄할 수도 있다. 실제로 로봇 집약도가 높은 국내 전기·전자 및 자동차 업종의 경우 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 변화 양상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오랜 시간 축적된 로봇 운용 경험 등으로 해당 업종의 기업들은 로봇을 도입하면서도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봇 프로그래밍 등 전문직 일자리도 늘어
특히 로봇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고학력 고숙련 전문 직군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등 중소·중견 기업들도 로봇을 도입한 이후 고용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진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로봇 산업 활성화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숙련도와 전문성 위주로 노동시장의 구조를 고도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수입에 의존해온 로봇을 국산화함으로써 로봇 산업 자체의 시장 규모를 키우고, 현재 노동집약적인 로봇 제작업종에서 일자리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노동연구원도 “이를 위해서는 감속기와 서보 모터 등의 핵심 부품에 대한 국산화와 품질 향상으로 국산 로봇의 성능을 개선하고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산 로봇 성능개선 등 로봇산업 과제도
한편 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량이 그렇듯이 로봇 도입으로 인한 노동시간의 변화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로봇 자동화로 대폭 노동시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통념과는 다른 것이다.  또 로봇 자동화 공정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잘 다룰만한 경력이나 학력 요건은 높아짐으로써 로봇 도입이 ‘노동시장 고도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 전기․전자, 자동차 관련 업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중견 기업들의 경우 “국산 로봇은 성능과 내구성, 등에서 수입 로봇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강한 실정이다. 국산 로봇을 구입하고 로봇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성능과 내구성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로봇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은 산업 측면만이 아니라 노동시장에도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라면서 “또한 로봇이 도입된 현장에 고학력 청년층에 적합한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어 청년층 실업을 해소하고, 노동시장 구조 고도화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김점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