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회복되나
코로나19에도 가격급등
코로나19에 유가 대폭락까지 겹쳤다. 우리나라를 비롯 대부분 국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낮췄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시장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코로나19에도 불구 가격 회복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커진 시장 불확실성이 오히려 수요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급 차질 가능성 때문에 기업들이 미리 ‘사재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모두 흐름이 나쁘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역시 상반기 상승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반도체 값 급등
10일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날 현재 D램(DDR4 8Gb PC용 기준) 현물가격은 3.583달러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하루 100명을 넘었던 지난달 21일(3.31달러) 이후 8% 이상 상승했다. 작년 말 대비 20% 가까이 상승했다. 중국 내에서 확진자 증가세가 가파르게 늘었던 2월 초중순 D램 가격이 5% 가량 하락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의 확진자 급증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로 지난달 중순까지 현물가격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같은달 하순 이후 한국에서 확진자가 늘며 공급 차질 우려로 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다. 업계에선 2월 중순까지는 중국 화웨이의 올 1월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39% 급감하고, 올 1분기 중국 스마트폰 내수시장도 40~50% 감소 전망이 나오면서 D램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며 현물가격이 하락 흐름을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2월 하순 이후 D램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지며 공급 차질 우려로 가격이 상승 반전했다는 분석이다. 공급차질은 마이크론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이크론은 D램 3위·낸드플래시 4위 업체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메모리 ‘빅3’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재택 근무 등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점이 PC수요 증가로 이어져 D램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PC용 D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49%가 급증했다. 또 중앙처리장치(CPU)는 34%,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33% 늘며 PC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완제품 PC의 판매량도 39.4% 늘었다.
낙관적인 전망과 변수
D램과 낸드 주요 시장은 역시 스마트폰과 PC, 데이터센터 등이다. 스마트폰 PC는 코로나19가 악재다. 시장조사기관은 올해 스마트폰 전망을 원래 전년대비 성장으로 예측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전년대비 감소로 수정했다. 완제품 출하량 축소는 메모리 수요 하락으로 이어진다. 반면 데이터센터 수요는 급증했다. OTT(Over The Top)서비스 시청자가 증가했다. 이커머스 이용자가 늘어났다. 중국 스마트폰 출하 감소로 모바일 D램 수요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서버 및 PC D램은 공급을 초과하는 수요 증가와 모듈 부품의 공급 부족 등으로 향후 탄력적 가격 상승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2분기는 D램 가격은 평균 전기대비 10% 이상 낸드 가격은 전기대비 5% 이상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메모리 가격과 서버 수요가 견조하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상반기 일시 요인으로 실적이 둔화되더라도 장기 방향성은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일시 경기 둔화가 아닌 본격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면 상황이 다르다. 당장 서버 D램의 주요 수요처인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돼 향후 고정거래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D램 업황 회복의 핵심은 데이터센터용 서버D램이다. 주요 수요처인 미국의 상황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수출증가
긍정적 신호는 우리나라 수출 추이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2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늘었는데 이는 15개월 만이다. 2월 반도체 수출액은 74억달러(약 6조8600억원)로 전년 동월대비 9.4% 높다. SSD 수출액은 6억1000만달러(약 7300억원)로 전년동월대비 159.3% 확대했다. 5개월 연속 늘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각각 올 1분기를 바닥으로 실적 개선을 가시화 할 것으로 여겨진다.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아직까지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예측한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39조8805억원으로 전년대비 43.62%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대비 6.01% 늘어난 6조607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양호한 것은 주요 고객인 서버 수요가 아직까지 견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버 수요는 2분기 가격 협상을 한 달 앞두고 있는 이달부터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분기 가격 상승폭은 2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2조원에 달하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가 올 1분기 1조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인텔의 5G 시장 진출과 함께 반도체 가격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글로벌 경기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시작된다면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할수 있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결국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반도체 구매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업체들은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미중 무역분쟁 등에 대한 우려에 투자를 줄였다. 하지만 개인과 기업의 데이터 창출과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와 여기에 필요한 서버에 대한 수요도 확대됐다.
물론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가 언제까지 얼마나 강세를 유지할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투자 사이클은 2018년 상반기 후 갑자기 중단된 전례가 있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반도체 구매가 급속히 줄자 메모리 가격은 추락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도 가파르게 둔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