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세계 전기차시장

GM의 도전, 테슬라의 응전

2020-03-06     김상철

 

2020년은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막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독주하던 전기차 시장에 GM이 도전장을 냈다. 세계적인 완성차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 격변이 예상된다.

 

GM의 도전장

세계 제1의 전기차 회사는 테슬라다. 시가총액은 GM450억 달러 수준이지만 테슬라는 1440억 달러를 웃돈다. 디트로이트 빅3 시총을 모두 합해도 테슬라에 미치지 못한다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력이 될 전기차 부문에서 테슬라가 독주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테슬라의 독주에 GM이 도전장을 냈다.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사 제너럴모터스(GM)가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을 내놓고 전기차 시장에 도전한다. GM은 전기차 생산비용을 낮추고 배터리 용량도 늘려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는 위치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GM은 완전히 새로운 모듈형 배터리 플랫폼을 공개했다. 울티움(Ultium)으로 불리는 이 플랫폼은 GM의 차세대 전기차 생산 전략의 핵심 요소로 활용된다. 울티움 플랫폼은 모듈형 구조로 배터리팩을 수직 또는 수평으로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어 50~200kWh까지 다양한 배터리 용량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최대 주행 거리는 640km,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96km)까지 단 3초 만에 가속할 수 있는 순발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후륜 구동 및 사륜구동까지 모두 하나의 플랫폼에서 구현한다. 울티움 플랫폼의 핵심은 배터리다. LG화학과 합작 투자를 통해 배터리 셀 생산 비용을 kWh 100달러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코발트 사용 비율을 종전대비 70%까지 낮추는 등 친환경·고효율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GM 측은 밝혔다.

GM은 울티움 배터리 플랫폼과 함께 3세대 전기차 통합 플랫폼인 'BEV3'도 함께 선보였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22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생산량도 최고 30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GM의 계획이 성공하면 쉐브론 볼트 전기차의 경우 최대 45%까지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M은 내년부터는 전기차에서 이윤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세계자동차 업계의 경쟁

미래 전기차 시장 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자동차 업계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아직 GM은 전기차 부문에서 테슬라와 상대가 못 된다. 테슬라는 작년 세계적으로 전기차 367500대를 팔았다. 미국 내 판대 대수만 223000대 규모다. 반면 GM은 쉐보레 볼트 전기차 모델을 미국에서 16400대 파는 데 그쳤고, 중국에서 상하이자동차(SAIC)와 합작으로 개발한 전기차 라인인 바오준 E 시리즈를 6만대 파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GM은 문을 닫은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공장에 LG화학과 합작으로 23억 달러짜리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허머 브랜드도 전기차 픽업트럭으로 재탄생시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 대중차 브랜드인 시보레, 고급차 브랜드인 캐딜락, 트럭 브랜드인 GMC에서 새로운 전기차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월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전기차 크루즈 오리진(Cruise Origin)을 공개한 데 이어, 4월에는 럭셔리 SUV 전기차인 캐딜락 리릭(Lyriq), 5월에는 1000마력(746kW)의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대형 SUV 험머 EV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아울러 2021년 가을에는 미국 자동차 공업을 대표하는 디트로이트에서 GM 최초의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을 열 계획이다. 오는 2023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22개로 늘릴 계획이다. GM은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200억달러를 투입해 배터리팩 양산 체제를 갖추고 다양한 차종의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테슬라의 독주가 가능한 이유

하지만 테슬라는 도요타와 폭스바겐 등에 비해 전자 기술 측면에서 6년 앞서 있다는 평가다. 일본의 자동차 기술자들이 테슬라의 모델3를 분해해 본 뒤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테슬라 전기차엔 하드웨어3’라고 불리는 통합 중앙 제어 모듈이 들어 있다. 인공지능(AI) 2개가 들어간 일종의 컴퓨터로, ‘오토파일럿이라고 불리는 자율주행 기능을 갖췄고 인포테인먼트와 배터리 관리 등 차량을 전반적으로 관할한다.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최근 뉴욕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이다. 작년 말 주당 300달러대이던 주가는 지난 24일 장중 968.99달러까지 치솟았고 시가총액은 1500억 달러를 훌쩍 넘었다. 보급형 전기차 모델3’가 미국 시장에 안착한 데 이어 올 초 판매를 시작한 중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테슬라의 성공은 결국 모델3 생산이 제 궤도를 찾으면서 가능했다. 분기당 10만 대 생산에 바짝 다가섰고 제조 비용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작년 1분기 63000대에 그쳤던 분기 판매량은 3분기 97200대에 이어 4분기 112000대까지 증가했다. 테슬라는 3분기 매출액 63억 달러, 영업이익 14300달러를 올렸고 4분기에는 매출액 738000만 달러, 영업이익 36000만 달러를 기록해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1월엔 중국 상하이 공장이 완공돼 모델3 생산에 돌입했다. 생산비 절감을 통해 자동차값을 10% 인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테슬라는 독일에도 진출해 공장을 짓고 있다. 올여름 출시될 보급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모델Y’에 대한 기대도 주가 상승의 배경이다. 모델Y는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가 315마일(507km)에 달해 경쟁사 전기차보다 100km 가까이 길다. 가장 저렴한 스탠더드형은 39000달러에 판매된다. 머스크 CEO는 최근 모델Y도 중국에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연간 15만 대 규모인 상하이 공장의 생산량을 빠르게 연간 50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문제는 기술보다는 오히려 공급망이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엔진과 자동변속기 등 부품마다 따로 전자 제어장치(ECU)가 탑재되는 데 이 수요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내재화 전략이 성공하면 경쟁사는 따라가야 할 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어진다는 것이다. 기존 자동차 회사는 기존 사업 모델과 공급망까지 완전히 대체해야 하는 것이다.

 

올해는 전기차 대중화 원년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가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배출가스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친환경차 라인업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전기차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 변화와 싸우기 위한 변화를 끌어내는 데 가장 희망적인 분야다. 이미 전기차는 가장 근접한 미래형 모빌리티로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차량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미국의 전기차 전문 매체인 인사이드 EVs에 따르면 순수전기차(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대상으로 집계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총 2209831대였다. 중국 시장의 수요가 하반기에 감소했지만 다른 국가의 판매가 증가하며 전체적으로 10% 성장했다고 한다.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브랜드는 당연히 미국의 테슬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총 367820대를 판매하며 수위에 올랐다. 2, 3, 4위는 중국의 비야디(BYD·229506)와 베이징자동차(BAIC·16251), 상하이자동차(SAIC·137666)가 차지했다. 5위는 독일의 BMW(128883), 그 뒤를 폭스바겐(84199), 닛산(8545), 중국의 지리자동차(Geely·75869)가 뒤쫓았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차(72959)와 기아차(72959)는 각각 9위와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기차는 석유 연료와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배터리에 축적된 전기에너지로 모터를 회전시켜 구동한다는 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떠올랐다.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과 완성차 업체들의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며 이젠 대중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테슬라도 문제는 있다

테슬라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의 앞길에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남아 있다. 코로나19를 넘어 중국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모델Y와 사이버트럭 등도 제때 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5년 내에 200만 대 가까운 판매량을 맞추고 이익을 끌어올려야 한다. 한 해 이익의 80배가 넘는 주가를 정상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는 포드와 도요타가 각각 7, 9배에서 움직이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다. 테슬라는 연간 기준 흑자를 낸 적조차 없다.

반면 전기차사업에 뛰어드는 완성차업체들의 움직임은 갈수록 활발하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2026년부터 새로운 내연기관 엔진 개발을 중단하고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2039년까지 생산 차량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생산할 계획이다. 스웨덴의 볼보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을 중단하고 신차는 전기차 모델만 생산한다. 일본의 토요타도 내년 초 전기차 전용 ‘e-TNGA’ 플랫폼을 기반으로 6종의 순수 전기차를 선보인다. 전기차 시장에 불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