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5G 상용화

품질문제, 콘텐츠 부족에 코로나까지 겹쳐

2020-03-04     김상철

KT 알뜰폰 자회사 KT엠모바일이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을 최저 3만원대로 인하했다. 저렴한 5G 요금제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가입자 증가추세는 주춤하다. 보조금이 줄고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아쉬운 품질의 문제, 빈약한 콘텐츠의 문제도 있다.

 

5G, 3만원대 요금 출시

KT엠모바일은 이달부터 '5G 슬림 M' 상품 프로모션 요금을 39100원에 제공한다. 기존 요금은 45100원이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이 상품은 음성·문자는 무제한, 데이터는 8GB 제공한다. 기존 고객은 요금제를 변경해야 3만원대 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다. KT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 중 5G 첫 중저가 요금이다. KT는 이달부터 5G 망 도매대가를 기존 75%에서 66%로 인하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달부터 인하한 망 도매대가를 적용, 알뜰폰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선도했다. '5G 라이트 유심 9GB'39600원에 제공하는 LG헬로비전 헬로모바일을 비롯 큰사람, 미디어로그, 스마텔, 에넥스 등이 3만원대 요금을 출시했다.

주춤한 가입자 증가추세

5G알뜰폰 요금이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관심은 미지근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약 6,895만명이고 이 가운데 5G 가입자는 496만명으로 전달 대비 약 29만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상용화 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신규 가입자가 30만명대 아래로 떨어졌다. 1월에 이어 25G 신규 가입자 수도 1월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세를 반영하면 지난달 5G 가입회선은 520만 수준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5G는 지난해 4월 상용화했다. 코로나 19의 영향이 크지만 신규 가입자의 감소추세는 사실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전월대비 가입자 증가는 2019870만명 대를 정점으로 꾸준한 하락세다. LTE의 경우 상용화 1년 반만에 가입자 1500만명을 돌파했다. 비교가 불가능하다.

 

늪에 빠진 5G 상용화

세계 최초라는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가 위기다. 이용자의 불만은 쌓이고 있고 투자는 지연되고 있다. 초고속 초용량 초저지연 서비스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5G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정부와 통신사 모두에 책임이 있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목을 걸면서 문제가 생겼다.

통신사는 4G 이동통신 LTE와의 차별화를 위해 지원금으로 경쟁했다. 이통사들은 지난해 7~9월 막대한 지원금을 내놓으며 5G 가입자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당시 LG전자 첫 5G 모델인 V50씽큐 기준, 공시지원금은 역대 최고 수준인 61~70만원대에 달했다. 여기에 불법보조금까지 더해지면서 공짜에 구매했다는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무리한 경쟁이 계속되면서 통신사는 더 이상 돈을 써 5G 가입자를 확보할 이유가 없어졌다.

 

품질, 콘텐츠의 문제

가장 중요한 문제는 5G에 대한 사용자들의 평가다. 관련 인프라와 네트워크 품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5G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완벽히 구축되지 않아 품질에 대한 불만이 높다. 현재 상용화한 5G 서비스는 5GLTE를 동시에 접속한다. 요금은 5G 요금을 내지만 LTE 접속이 더 많아 불평이 쏟아졌다. 5G에서 LTE로 이동하는 가입자까지 나왔다. 작년 말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5G폰 이용자 약 3,400명을 대상으로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5G 서비스 만족률은 20~30%대에 머물렀다. LTE의 상용화 1년 후 서비스 만족률이 50%대에 근접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콘텐츠도 없다. 5G의 핵심 B2C 서비스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으로 대표되는 실감형 콘텐츠다. 이통 3사가 클라우드게임, AR(가상현실)·VR(증강현실) 5G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킬러 콘텐츠가 없다.

 

5G의 장점과 주파수

5G는 초고속, 초용량, 초저지연을 강점으로 네세운다. 5G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의 활성화 기반이다. 전 세계가 5G를 사회 인프라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여기는 이유다. 제대로 5G가 기능하려면 5G용 주파수와 투자가 중요하다. 이동통신은 주파수 폭이 넓어져야 속도와 용량이 늘어난다. 주파수는 대역이 낮을수록 적은 기지국으로 넓은 반경에 서비스할 수 있다.

국내는 5G용으로 3.5GHz폭과 28GHz폭을 배분했다. 통신 3사는 3.5GHz만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기준 5G 기지국 수는 총 92840국이다. 3사 평균으로 나누면 3만개가 조금 넘는 수치다. 이 중 절반 가까운 기지국을 서울·수도권에 배치했다. 28GHz는 없다. LTE는 전국망 구축에 통신사별 10만개 이상 기지국이 필요했다. 주파수 특성을 감안하면 5G는 이보다 많은 숫자가 있어야한다. 기지국 확대는 28GHz 투자와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28GHz3.5GHz보다 투자비가 많이 든다는 점이다. 요금제만이 아니라 통신사들의 투자, 킬러 콘텐츠의 등장이 5G상용화 안착의 선결과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