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2.6%…내년 상반기가 경기 최저점”
‘2019년 자본시장 전망과 정책방향’ 세미나…강현주 연구원 실장 등 발제
미국과 유로지역의 성장세는 점차 둔화되어 2020년 상반기에 경기 저점(低點)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국내 경기도 2017년 3분기 정점을 찍은 이후 내년 상반기까지 10분기 동안 하강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23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2019년 자본시장 전망과 정책방향’ 세미나에서 ‘2019년 거시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에 관한 발표를 통해 “중국의 경우, 성장세가 둔화되고 하강국면에 진입했으며, 구조개혁과 무역 갈등이 그 이유”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강 실장은 우선 ‘거시경제 전망’에서 미국, 유로,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성장 경로를 살펴보고, 지난해와 올해 국내 경제성장에 대해 분석했다.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강 실장은 지난해 경기 상황에 대해 “2018년 중 투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3년 이후 진행된 금번 경기순환기의 주요한 특징은 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컸다는 점인데 지난해의 경우 마이너스로 반전됐다”면서 “지난해 투자 부진의 문제는 전반적인 기업 제조업의 투자 부진에 맞물려 IT 부문의 투자까지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강 실장에 따르면 이러한 경기성장세 둔화는 반도체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 분야의 경기가 꾸준히 하락하고, 최근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 문제들이 반영된 탓이 크다. 바꿔 말하면 2017년에 3%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반도체’라는 특정 부문의 호황에 기댄 실적이었고, 지난해 그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 부문의 성장세가 비반도체 부문의 성장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반도체 분야의 호황이 고용률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강 실장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으로 2.6%를 제시했다. 지출항목별 성장기여도에서 여전히 투자가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면서 민간소비와 수출의 완만한 증가세를 예상했다. 다만, 세계경제가 성장 둔화라는 점을 반영해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감소하면서 202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2.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화정책 및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국내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주요 원인들에 대해 점검했다.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 여건과 전망을 각각 짚어보고, 올해 미국은 연내 2회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3.0%까지 인상할 것으로 봤다. 반면, 한국은행은 올해 금리를 동결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 중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 실장은 이런 예측을 바탕으로 “현재 인상 요인과 인하 요인이 혼재된 상황”이라면서 “최근 들어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 축소 예상과 조기종료 예상이 강화되고 있어 만약 현실화 된다면 국내 경기 상황에 대응해서 금리인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2019년 주식시장 전망 및 주요 이슈’를 주제로 지난해 주식시장에 대해 돌아보고, 앞으로의 핵심 변수와 주요 이슈에 대해 발표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실장은 “지난해 코스피는 약 17% 하락했다”면서 “주요증시를 전체적으로 비교해보자면 우리나라만 하락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하락세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양호했던 신흥국에 비해 선진국의 성과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하락폭이 가장 컸으며, 미국은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다.
지난해 투자자 유형별로 보면,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10조7천억원 가량 순매수했고 외국인투자자는 6조6천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2017년 주가가 상승했을 때는 개인투자자가 9조3천억원 순매도하고 외국인이 9조5천억원 순매수를 기록한 바 있다.
김준석 실장은 이를 통해 코스피의 흐름이 외국인 순매수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순매수와 코스피 수익률의 상관관계가 크게 상승했다고 밝히며, “외국인의 순매수가 나타나면 주가가 상승하고, 순매도가 되면 주가가 하락하는 관계를 뚜렷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순매수할 때보다 순매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자금 흐름이 미국과 한국의 경기국면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부연했다.
김 실장은 핵심변수 중의 하나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보험의 코스피 시장 참여 둔화를 꼽았다. 그는 “(연기금·보험의 순매수세가 약화되면서) 외국인 순매도에 의한 가격 충격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국민연금의 주식 운용 포트폴리오가 국내보다 해외 투자에 비중을 늘려가면서 국민연금이 빠져나간 자리를 개인투자자들이 메워야하기 때문에 주식 하락폭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주요 이슈로는 주식시장 환경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증권거래세 인하’와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기업 상장 정책에 따른 ‘부실상장기업 증가’ 부작용을 꼽았다.
‘2019년 증권산업 전망 및 주요 이슈’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는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이 발표를 진행했다. 해당 세션에서는 증권산업의 현황과 추세, 실적, 전망, 이슈 등 다양한 측면을 분석했다.
이석훈 금융산업실장은 지난해 국내 증권산업의 수익성에 대해 “ROE(자기자본이익률)가 8.15%로 나와서 전년 대비 0.84% 증가했다”면서 “수치로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익성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수익성을 나타낸 것은 상반기 주식시장이 호조를 띄었던 것과 IB 부문이 굉장히 크게 성장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경기둔화, 무역분쟁, 부동산경기침체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있지만 경기변동성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다.
이석훈 실장은 “하방리스크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고 불안 요인에 비해 수익성에 마이너스는 적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증권산업의 올해 가장 큰 이슈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과 디지털기술의 결합이 초래하는 금융업계 전반의 구조적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증권산업 역시 이같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예외가 아니다.
이 실장은 “혁신적 금융상품 개발보다는 고객 접점 측면에서의 혁신에 초점을 두고 자산관리 및 투자서비스, 기업금융, 트레이딩 등 전 분야에서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디지털화로 인해 ‘비대면 채널 확대’ 또한 주요 이슈로 평가됐다. 지난해 증권사 전체 점포 수는 1,169개로 전년 대비 15개 점포가 줄어들면서 2016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비용효율성 차원에서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이는 비대면 채널의 확대와 맞물리는 변화로 풀이된다.
네 번째 발제를 맡은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2019년 자산운용산업 전망 및 주요 이슈’를 다뤘다. 회고와 전망을 통해 자산운용산업의 전반을 살펴봤다.
송홍선 펀드·연금실장은 “펀드로 45조원이 유입되는 등 위험자산 기대수익률이 높았지만 7조원의 가치 손실로 인해 펀드순자산은 35조원 수준”이라면서 2018년을 “승자 없는 1년”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세션에서는 자산운용산업의 거시환경, 시장환경, 정책환경 등을 점검하고, 시장별로 펀드를 분석했다. 또 주요 이슈로는 ▲사모펀드제도 개편 ▲주주권 행사 ▲사적연금 활성화 ▲오픈 뱅킹/마이데이터 도입 등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2019년 자본시장 정책과제’에 대해 안창국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이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앞서 진행된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설명했다.
안창국 자본시장과장은 자금중개 기능이 미흡하고, 유니콘 기업의 탄생이 어려운 국내 자본시장의 현주소에 대해 평가하고, “자본시장 전면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 혁신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혁신기업 자금조달 체계 전면 개선 ▲전문투자자 육성 및 역할 강화 ▲IPO 제도 개선 및 코넥스 역할 재정립 ▲증권회사 자금중개 기능 강화 등의 전략을 발표했다.
한편 자본시장연구원은 23일 오후 금투센터에서 세미나를 열고 국내외 거시경제 상황과 올해 자본시장의 환경변화와 전망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선 글로벌 경기를 비롯한 거시경제와 주식·증권·자산운용 등 자본시장의 진단과 전망, 금융당국의 관련 정책이 소개되었다.
이날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거시금융,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산업에 대한 전망은 매우 어렵다”면서 “주어진 정보만으로는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변수들을 분석하고 해석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의 오류를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이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이 직관과 통찰을 키운다면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