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세계서 가장 후한 연금, 고갈 공포 ‘괴담’”
김성주 공단이사장, “낸 돈의 7.7배 받아…강남 주부들 재테크 수단 인기”
김성주 국민연금이사장은 21일 “세계의 연금제도 중 대한민국의 국민연금만큼 국민들한테 후한 제도는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국민연금은 세계 3위 규모이며, 불과 몇 개월치만 보관하며 지불하는 독일 등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기금 소진과 고갈에 대한 공포는 과장된 것이란 견해를 보였다.
이날 TBS교통방송의 아침 뉴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최고 소득층에게도 1.3배 이상을 돌려주고 저소득층일 경우에는 무려 7.7배 정도의 수익비가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면서 “기금이 600조나 넘게 쌓여 있는데 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느냐. 누가 다른 데 빼돌린 것이냐, 까먹은 것이냐 그러는데, 그렇게 후하게 설계된 데다가 인구 구조 자체가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지다 보니까 소진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시각이 팽배한 가운데, 이날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점도 짚어가며 새로운 사실을 적시, 관심을 끌었다.
국민 연금 고갈 ‘공포’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가 기본적으로 탄탄하고 고갈되는 시기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늦다는 평가다. 김 이사장은 “2057년이면 기금이 소진되는 걸로 되어 있는데, 비슷한 고갈 시기가 예상되는 미국에서 그런 문제가 논란이 된다는 걸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사회자가 “보수언론 등에서 (최근 정부 자문위의 발표를 인용하며) 처음부터 ‘더 내고 덜 받는다.’, ‘더 빨리 내고 더 늦게 받는다.’ 식의 프레임을 잡았는데, 또 (기금) 고갈(공포)인가 싶어서 봤더니 30년 남았더라”는 설명에 이같이 대답했다.
김 이사장은 “몇 년 전에 스웨덴 전문가가 한국에 왔는데 ‘한국은 600조나 넘는 거대한 기금을 쌓아 놓고 왜 기금이 떨어질 거라는 것을 걱정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하더라”면서 “스웨덴 같은 경우에도 1년치만 보관하고, 독일은 법적으로 1~2개월치만 보관하고 있는데 스웨덴이나 독일 국민들이 연금을 못 받았다는 얘기는 아직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사례를 들었다. 그럼에도 기금 고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것은 “과거 정부에 대한 불신이 지금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지 않는가 싶어 안타깝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소진 시기가 확 당겨진다, 이건 사실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기금에 영향을 미치는 건 인구, 경제, 기금수익 등 세 가지가 변수”라며 “출산율이 올해 1.05명인데, 과거(5년 전)에는 상당히 후하게 1.4명~1.5명 정도 추산한 것”이라고 했다.
즉, 내는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금이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역시 5년 전의 경제 성장률을 2~3% 정도로 상당히 후하게 잡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2~3%를 기준삼았지만, 몇 십 년 후에는 1%, 0% 대까지 낮아질 거라고 역시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추정을 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어떤 면에서 보면 5년 전에 했던 추계보다도 더 정확하게 추계해서 기금 소진 시기가 3년 당겨졌다고 하면 사실은 더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면서 “저희는 그보다도 더 많이 당겨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었는데 3년 정도면 그래도 우리가 제도 개선을 통해서 충분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내가 낸 것에 비해서 얼마나 많이 받을 수 있느냐 하는게 ‘수익대’라고 하는데 보험회사 등의 개인연금은 1을 넘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 회사들은 영리가 목적이지 국민들에게 자선사업을 하는 건 아니다”면서 “국민들이 낸 보험료에서 자기들이 인건비나 이런 것들을 빼고 그다음에 이윤까지 챙기고 그 나머지를 돌려준다.”고 민간연금을 더 신뢰하는 일각의 기류에 일침을 놓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또 “유럽의 선진국들은 소득의 15~20% 정도를 (연금보험료로) 내고, 일본도 18%를 낸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현재 보험료율이 9%고 또 사용자 부담분을 제외하면 4.5%만 낸다”고 비교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소득의 9%, 정확하게 얘기하면 자기 부담의 4.5%만 낸다. 100만 원을 벌어서 45,000원 내고 소득대체율이 40%니까 나중에 연금을 40만원 받는 셈이다.
김 이사장은 “요즘 강남의 전업주부들이 임의 가입을 많이 한다.”면서 “이분들 같은 경우에는 매월 9만 원 정도의 최소 보험금을 내고 10년 낸다고 하면 그게 한 천만 원 정도 넘게 된다”고 전했다. 그 결과 65세부터 매월 17만 원 정도 받는다면, 평균 수명 80~90세까지 살 경우 이렇게 후한 제도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남의 전업주부들은 어떤 금융 상품보다도 국민연금이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기 때문에 전국에서 임의 가입율이 제일 높은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만든 제도인데 강남에서 제일 많은 가입 비율을 보이고 있다”는 김 이사장의 얘기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나 안정성은 세계적이라는게 그의 의견이다. 김 이사장은 “(우리 국민연금은) 일본과 노르웨이에 이어서 세계 세 번째 연금, 큰손이다. 지금까지 국민들이 낸 보험료는 한 503조, 운용수익금이 한 303조로서 전체 806조가 조성이 됐고 이중에 국민들한테 연금으로 지급한 돈이 172조니까 나머지 634조를 운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체 634조 중에서 절반은 국민들이 낸 보험료고, 나머지 반은 운용수익금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두 배로 불린 것이기 때문에 국민연금공단이 지금까지 기금 운용을 상당히 안정적으로 잘해 왔다고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올해 전체적인 세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 약간 부진한 바람에 기금이 떨어질까 두렵다고 논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날 출연한 김 이사장은 사회자인 김어준 씨가 “그러니까 지금 탐욕스러운 자들, 삼성물산 같은 자들의 타겟이 되는 거 아닙니까?”라는 질문에 직답은 피하면서도 “과거 정부에서 그런 불행한 일이 좀 있었고요. 그것 때문에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연 수익률에 대해서도 그는 새롭게 해석했다. “연 수익률이 조금 안 좋은 건 사실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작년에는 7.26%로 010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지금 국민연금공단이 생겨서 지금까지 누적된 평균 수익률이 6.02%”라면서 “그 정도면 캐나다의 CPPIB에 이어서 두 번째 아주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올해는 미중 무역 분쟁이라든가 미국의 금리 인상 이런 악재들이 많아서 전반적으로 세계 증시가 안 좋은 상황이어서 좀 부진한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주식투자 등에 있어서 “해외 연기금과 비교하면 일본의 GPIF가 마이너스 3.49%, 노르웨이가 마이너스 1.53%인 데 비해서 한국의 국민연금은 마이너스 0.21%로 비교적 아주 선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은 2200만 명 정도 가입되어 경제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성인들이 가입되어 있다. 그 중 450만 명 정도가 매월 1조 5천억 원 정도 급여를 받아가고 있다.
김 이사장은 결론적으로 “연금제도라는 게 누군가는 돈을 내고 누군가는 노후에 받아서 운영하는 제도인데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고 고령화가 늘어나면 그 기금은 줄어들게 되어 있다”고 전제하며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는 무조건 내는 것보다 많이 받게 후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이유로 언젠가는 그 기금이 줄어들고 최종적으로 가면 제로가 될 수가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는데, 그래서 그걸 그대로 방치해 두면 안 되니까 5년마다 추이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즉 인구변동 추이, 거시경제 변수, 수익률,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이걸 판단해서 그것이 소진되지 않도록 계속 제도를 보완해 가는 것이 목적이란 얘기다. “쉽게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지금 건강하지만 매년 정기검진을 받는 것처럼 국민연금도 5년마다 정기검진을 받는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과거 정부에서) 애초 제도를 보완할 때 원래 소득대체율을 60%~40%를 깎고 대개 보험료를 올리는 계획이었는데, 소득대체율만 깎고, 즉 국민들이 받는 급여만 깎고 국민들이 내는 부담은 국회에서 올리지를 않았다.”면서 “그러다 보니까 당시 유명한 일화, ‘사탕만 먹고 약은 거부했다’ 라는 말이 생긴 것”이라고 돌이켰다. “그래서 실제 문제의 심각성보다는 자꾸 불안감을 부추기는 식”으로 이른바 ‘국민연금 괴담’이 재생산, 유포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특히 “누군가 그걸 통해서 이득을 취하자고 하는 분들이 있다, 저희들은 그렇게 판단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다분이 재벌, 대기업 계열의 민간보험사들과 이들과 유착된 정치권 일각을 겨냥한 것이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김 이사장은 또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 “현재 생존 배우자에게 40%를 더 얹어주던 것을 60%로 올려주도록 제도발전위원회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공무원 연금에 대해서도 김 이사장은 항간의 오해를 해명했다. “(공무원연금)은 특수직역연금으로서 소득의 18%를 내고, 국민연금의 평균 가입 기간이 현재 23년 정도인데 비해,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들은 30년 이상으로서 더 많이 내고 더 오래 냈기 때문에 더 많이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무원 연금의 수익비가 최근 1.48배로 낮아져서 국민연금의 수익률보다도 결코 후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 이사장은 “내가 지금 30대인데 혹은 30대 초반인데 지금 기준으로 하면 내가 지금 받을 때는 고갈되어 있는 거 아니냐? 이것도 잘못된 계산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정부가 국민들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서 도입한 게 국민연금제도이며,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인데 그런 사태가 생기도록 정부가 뒷짐지고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고 동의했다.
김 이사장은 “어떤 정부든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서 선출된 정부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노후 빈곤 상태를 그대로 방관할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분명한 사실은 국민연금은 낸 것보다 더 많이 받게 설계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모든 국민들의 이해가 달려 있는 문제”라면서 “어떠한 개선안이 만들어질 때 국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정부와 국회가 국민들의 여론과 사회적인 합의 과정을 거쳐서 입법하는 것”임을 환기했다. 또 “스웨덴이나 영국의 연금개혁 사례를 보면 시작부터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3년에서 5년 정도 걸렸다”면서 “여야, 또는 보수, 진보를 떠난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타협하고 합의해야만 연금제도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