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 부정개입…어디에나 존재하는 ‘노토리우스’

게임업계, GM·CM 전문가 의식 제고로 신뢰 회복해야

2017-02-22     고유진 기자

[애플경제 = 고유진 기자] 최근, 넷마블이 새로운 이슈에 휘말렸다. 바로 세븐나이츠의 ‘CM(커뮤니티 매니저) 루디’를 맡고 있던 김정민 PD를 향해 한 유저가 부당한 방법으로 재화축적을 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이슈에 대해 넷마블은 19일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식카페의 관련 공지에서 넷마블은 개발진이 정보 특혜나 불법 프로그램을 운용했다는 사실은 일체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재화 조작 가능성은 세븐나이츠의 개발은 ‘넷마블 넥서스’가, 재화 및 아이템 관리는 ‘넷마블 게임즈’가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이렇게 해명이 진행되었지만 유저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고, 데스티니차일드의 확률논란 사태와 마찬가지로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결국, CM루디는 20일 공식카페 개발자 노트를 통해 “사실 관계를 떠나 모든 빌미를 제공했고, 개발진으로서 도를 넘은 게임 참여로 인해 오해를 불러일으킨 책임을 통감한다”며 PD직에서 물러났다. 세븐나이츠의 대표캐릭터 중 한명의 이름을 달고 유저와 소통해왔으며, 세븐나이츠의 1000일 기념 공지를 대표한 CM으로서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끝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단순히 CM루디의 운영 개입 때문에 커졌다고 볼 수만은 없다. 게임사와 유저들 사이에 생긴 악감정의 골은 매우 깊고, 그간 쌓여온 원망은 이슈가 하나 터질 때마다 해당 게임이 뒤집어쓰게 된다. 당장 이번에 일어난 이슈만 해도 운영개입 의혹만이 아니라, 전부터 논란이 많던 스피드핵 등 불법 프로그램 사용 유저제제에 대한 불만이 함께 제기되어 있다.

그렇다면 운영 문제만 놓고 봤을 때 유저들과 운영진의 반목은 어디서부터일까. 크게 알려졌던 사태만 꼽아보자면 한빛소프트의 대표작 ‘그라나도 에스파다’에서 2007년에 벌어진 ‘노토리우스당 사건’과 카카오게임즈의 MMORPG ‘검은사막’에서 지난해 벌어진 내부 정보유출을 꼽을 수 있다.

우선, 게임 명을 따 그라나도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노토리우스당 사건의 발단은 당시 3/4 서버에 생성된 노토리우스라는 이름의 당(黨)에서 시작된다. 불과 6~8명에 불과한 소모임 수준의 조직이었으나, 이들은 50명이 넘는 대형 당을 무차별적으로 휩쓸며 게임밸런스를 크게 망가트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당시 노토리우스의 구성원은 일반 유저가 아니라, 개발자와 게임운영자(GM)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권남용으로 이론상 한계치에 가까운 스펙을 갖추고, 고성능 물약을 임의로 만들어냈다.

특히 당시 사태는 유저들이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노토리우스당의 구성원이 그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GM이었기 때문에 사태를 수습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결국 이 사태는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개발사인 IMC GAMES의 김학규 대표가 직접 나서서 사과문을 발표하는 사태까지 이어졌으며, 해당 사태를 일으킨 직원들에겐 징계·퇴사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비교하면 검은사막에서 있었던 내부 정보유출은 QA(Quality Assurance) 한명에 의해 벌어졌기 때문에 비교적 그 수준과 질이 약한 편이다.

그러나 한명의 QA가 일으킨 여파는 카카오게임즈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시세조작을 통한 현물거래 이슈였던 ‘빨코 게이트’사태와 함께 검은사막이란 콘텐츠를 뿌리부터 뽑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빨코 게이트’의 경우엔 극단적으로 악화된 유저와 운영진의 소통이 게임사에서 전례가 없던 ‘인게임 촛불집회’라는 형식으로 번지기도 했다.

▲ 사진 = 유튜브 'jeon seungmock'채널 캡쳐

카카오게임즈 PC퍼블리싱 김상구 본부장이 지난 1월 4일 검은사막 공지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Cleric 캐릭터로 언급되는 문제의 퇴직 직원은 카카오게임즈에서 QA인턴기간 만료 후, 개발사인 펄어비스에서 해외 서비스QA계약직으로 이직했다.

▲ 사진 = 검은사막 홈페이지 캡쳐

그리고 펄어비스에서 QA로 재직하던 중, 그는 자신의 캐릭터로 ‘업무상 얻은 정보(특정인의 공방합 랭킹 순위)를 특정인에게 노출’하는 행위를 벌였고, 운영사의 모니터링 및 추가조사 결과 이전에도 금수랑 각성무기 출시 시기, 사내 직원 노출 등의 부적절한 행위가 적발되었다.

카카오게임즈 측에서는 이 퇴직직원의 캐릭터에 영구 이용제한 조치를 취했으며, Cleric 캐릭터와 함께 근무한다는 내용을 길드 내에 노출한 2인 에게도 서비스 영구 이용제한 조치가 이뤄졌다.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 양사의 전 직원은 개인 계정으로 실제 게임 플레이를 하는 과정에서 사내 직원 신분을 의도적으로 노출, 업무상 획득한 정보 부정 이용, 게임 내 분란 조장 등으로 문제를 일으킬 경우, 계정의 서비스 영구 이용제한 조치가 되거나 사안에 따라 퇴사(권고사직) 조치까지 가능한 보안서약서를 작성하고 직원윤리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와 관련해 김상구 본부장은 당시 공지에서 “보안 서약 및 직원윤리교육 강화, 운영사-개발사 간의 통보 절차 등에 대해서 더 보강하도록 하겠다”며 복합적인 모니터링과 감사 프로세스 강화, 운영정책 등의 항목도 보완, 개정해 공정하고 투명한 게임 운영과 소통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크게 이슈화된 사례 두 가지를 예로 들긴 했으나 ‘노토리우스’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또한 부정 이득을 취하는 것 외에도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운영진이 이슈를 위해 BJ들에게 편파적인 지원을 해주경우도 존재하며, 회사 보호차원은 물론 더 좋은 게임문화를 위해서라도 유저와 직접 소통하는 GM과 CM들의 전문가 의식이 좀 더 제고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부정 개입이 아니더라도 독점에 가까운 장르와 게임성을 확보해 유저대응을 하지 않다가 경쟁작이 나오는 순간부터 유저가 원하던 개선을 보이거나, 유저들에게 팔지 않겠다고 공인한 상품을 기간제라는 미명하에 다시 공개하며 진정성을 해치는 행위 등은 유저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소통의 벽을 높여버린다. GM이 훌륭해도 기획이 받혀주지 못하면 그 게임은 언제까지고 '개돼지'나 '망겜', '믿고 거르는'이란 수식어가 뒤에 따라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