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이랜드 회장, 의류사업에서 복합레저사업 '논란'
채권등급 아직 BBB+, 무리하게 추진 시 자금 조달 어려워
외형 확장만 치우쳐 “레저․호텔 사업 본질 파악 못 해” 지적
이랜드의 거침없는 기업 인수․합병(M&A)에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 ‘뒤탈’이 염려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대부분의 기업이 긴축 경영을 펴는 반면, 이랜드는 국내외 기업 ‘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몸집 불리기 앞서 자금은?
연초부터 PIC 사이판과 팜스리조트 인수를 시작으로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랜드는 지난 17일에도 여행사 투어몰을 사들였다. 이어 10일 후에는 쌍용건설 입찰에 뛰어들었다. 지난 30일에 전해진 미국 메이저리그 명문 야구단 LA다저스 인수전 참가 소식은 그 규모와 성공 여부를 떠나 또 한 번 큰 화제가 됐다. 한 달 사이에 무려 3건의 인수 행보를 보인 것이다.
현재 이랜드는 LA다저스 인수전과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현재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다”며 “다만 LA가 의미 있는 곳인 만큼 향후 미국의 레저․호텔사업 등에 유리한 요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랜드의 광폭 행보는 박성수 이랜드 회장이 평소 ‘레저테마도시’를 강조해온 것과 같이 한다. 과거 박 회장은 “향후 레저 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고 주문할 만큼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박 회장이 레저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회장은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할 경우 중국인들이 한국에 놀러와 즐기는 게 일상화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때 중국인들을 잡기 위해서는 레저 산업 육성이 필수라고 생각해 결정했다. 또 유통업이 선진화될수록 자연스레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연관 산업이 레저산업 진출을 결론짓는 기폭제가 됐다.
LA다저스를 인수하겠다며 피터 오말리 컨소시엄에 지분 10~15%(1500억~200억)를 투자키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스포츠문화사업으로 이랜드 인지도를 높여 외국인을 유치하고 LA 다저스의 기념품을 테마도시에 전시할 수도 있다. 자금은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이랜드 중국법인의 지분을 팔아 조달할 계획이다. 특히 세중투어몰의 추신인 투어몰 인수도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랜드의 무리한 M&A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이 기존의 유통과 레저사업이 복합몰을 중심으로 함께 묶이는 추세와 맞물려 사업을 전 방위로 확대하려는 전략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이 같은 공격적인 영토 확장에 과연 자금조달이 원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 증권 담당 연구원은 “이랜드가 최근 실적과 신용도가 좋아지긴 했지만 채권등급은 아직 BBB+”라며 “무리하게 M&A를 추진하면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이랜드월드의 현금 창출 능력은 1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외형 확장에만 치우쳐 레저․호텔 사업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제기됐다.
레저 기업 인수만 했지 고객 서비스는 최악이라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이랜드가 운영하는 호텔 서비스에 대해 ‘3류 호텔보다도 못하다’는 업계의 평가가 많다”며 “레저․호텔 사업이 외형만 확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데 이랜드가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랜드는 켄싱턴스타호텔, 렉싱턴호텔, 켄싱턴플로라호텔, 켄싱턴리조트 등을 운영해 대명, 한화에 못지않게 레저업계에서 큰 입지를 자랑한다.
하지만 외형이 커지는 만큼 빚도 불어나고 있다. 실제로 이랜드그룹은 주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세일&리스백(S&LB) 기법을 활용해 M&A 자금을 마련하고 있고, 헌금성 자산도 100억원에 불과할 뿐이다.
회사 몸집 커진 만큼 직원들 불만도 증가
회사가 몸집 불리기에 열중하는 사이 오히려 직원들의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근감 경영’의 명목 하에 회식은커녕 회사 화장실 청소까지 이른 아침 직원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적은 연봉 탓에 이직률이 업계 선두다. 시계 경매시장에서 큰손으로 화제가 되는 사이 직원들의 소외감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랜드 입사 3개월 만에 퇴사할 수밖에 없었던 전모(28)씨는 “회사가 대기업이라 좋았지만 회사 안에서 나의 인권은 찾을 수 없어, 퇴사 결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