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폭락에 산유국들 부도위험 증가
우리증시, 오일머니 회수도 빨라져
[애플경제] 국제유가가 끝모를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유(WTI)는 전 거래날 대비 0.97달러(-3.09%)떨어진 배럴당 30.44달러로 마무리됐다.
이는 지난 2003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약 13년 만의 일, 장 중 한때 WTI가격은 배럴당 29.93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겨우 30달러 선을 되찾았다.
같은 날 두바이유도 전 거래날 대비 0.53달러(-1.90%) 떨어진 27.33달러로 마감했다. 두바이유는 지난 5일 이후 30달러 선이 무너져 20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런던ICE선물 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랜트유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브랜트유는 전 거래날 대비 0.68달러(-2.2%) 떨어져 배럴당 30.86달러로 장을 마쳤다. 2004년 4월 이후 최저치다.
유가가 이처럼 끝모를 하락을 이어가는 이유는 UAE의 OPEC 특별 총회 개최 반대의사 표명과 이란제재 해제 가능성, 이라크 수출 증대 계획, 미국 원유재고 증가, 중국 원유 수입량 감소 등 복합적인 시장변동성 탓으로 전해졌다.
5년 전까지 하더라도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거래됐었지만 현재는 가격이 1/3 토막난 셈이다.
저유가 기조가 계속 이어지며, 비관론 또한 솔솔 나오고 있는 상황.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6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영국 투자은행 스코틀랜드왕립은행 RBS)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는 줄어드는 데 공급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유가 가격이 폭락하면서 신흥국의 부도위험도 급증하는 추세다. 외환도 빠르게 고갈되어 가고 있다. 13일 블룸버르에 따르면 자원 신흥국들의 부도위험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예로 사우디아라비아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195.35bp로 전 날대비 5.6bp상승했다. 이는 2009년 이후 최고수치다. 베네수엘라의 CDS 프리미엄도 같은 날 26.48bp 올라 5,348.17bp를 기록하면서 3개월간 변동폭이 457.6bp에 달함. 브라질,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의 CDS 프리미엄 변동폭도 3개월간 각각 69.9bp, 58.1bp, 97.3bp, 29.2b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CDS프리미엄(Credit Default Swap)이란 신용디폴트스왑이라 불리며, 손실을 다른 투자자가 대신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을 일컫는다. 손해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을 수록 보험료가 높아지는 것처럼 발행한 기관이나 국가 신용위험도가 높아질 수록 CDS프리미엄은 상승한다.
중동의 대표적 부국이자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지난 2015년 재정적자가 한화 126~15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한다.
사우디는 2016년 재정긴축을 선언하며, 공공부문 투자 축소와 외화표시 채권 발행, 아람코 상장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시장의 폭넓은 투자에 차질이 생긴 것, 실제로 우리증시에서 오일머니가 빠르게 유출되고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신한금융투자 경제분석담당 선성인 연구원이 발표한 '사우디·이란 이슈와 오일머니 동향 점검'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우리증시에서 오일머니 이탈이 가속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UAE·노르웨이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2014년 7월 41조 3천억 원에서 2015년 11월 30조 7천억 원으로 떨어졌다. 1년 사이에 약 10조 원의 자금 유출이 이뤄진 것,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가 고점대비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 노르웨이 25.4%, UAE 14.9% 순이었다.
같은 기간 내, 전체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보유 규모는 6.5% 줄어든 것에 불과, 산유국위주의 주식 매도세가 거센 것으로 집계됐다.
선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원유 가격이 반등하고, 산유국의 재정 여건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오일머니 유출 우려가 계속될 수 있다"며, "산유국의 포트폴리오투자 비중이 미국, MENA지역(중동(Middle East)과 북아프리카(North Africa)의 합성어), 일본, 한국 등지에서 높았던 만큼, 위 국가에서 자금 유출 우려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중국발 불안으로 시작된 우리증시의 변동성이 유가하락이란 암초를 만나 더욱 증가될 전망이다.
한편 외국인들은 시간외 거래를 제외하면 27거래일 째 순매도를 지속 중이며 팔아치운 금액도 약 4조 3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