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EP ‘미 ․ 중 기술 패권 경쟁’ 현주소 세밀한 분석
“양자컴퓨터는 본격 경쟁 시작” 전반적으로 중국이 쉽게 추격못할 것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은 치열하다. 그 중 대표적인 인공지능과 5G, 양자컴퓨터, 반도체 분야에서 특히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대체로 아직은 미국이 앞서고 있으나, 중국의 추격 속도가 날로 빨라지는 가운데 이미 인공지능과 5G 기술 부분에서 중국이 이미 미국을 추월하였거나 10년 이내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추세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특히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인공지능의 경우 중국이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머신러닝에 활용할 경우 인공지능 기술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면서도 “데이터량이 많을 뿐 데이터화가 충분하지 않고, 아직은 4G에 기반한 빈약한 네트워크 상황인 중국의 기술력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해 대중 제재에만 치중하는 미국의 전략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현재 양국의 힘겨루기 판도를 진단해 눈길을 끌고 있다.

KISTEP은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5G, 양자컴퓨터, 반도체를 중심으로 면밀한 자료와 분석을 바탕으로 양국의 기술 역량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있어 평가를 받을 만하다. “중국의 기술 역량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은 위험성이 따르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객관적인 파악과 기술발전과 인재 양성을 중심으로 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중국이 조만간 앞설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에 대해 KISTEP은 회의적이다. 즉 “머신러닝은 특수화된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해서 기술발전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의견이다. 또 “5G 기술 측면에서도 중국은 기존의 4G망을 업그레이드한 5G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으며, 더 중요한 반도체, 소프트웨어시스템, 클라우드컴퓨팅 등의 부문에서는 미국이 우위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정세 판단을 기초로 한 KISTEP 분석에 따르면 5G 분야에서 중국은 화웨이를 중심으로 이동통신 수준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미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또 5G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로드맵을 마련하고, 2020년 5G 상용화를 실현하면서 2025년까지 5G 이용자수가 4억3천만명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통해 중국의 이동통신 기술은 미국과 동등한 수준이며, 특히 ‘이동통신시스템’ 분야는 세계 최고 기술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화웨이는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5G 세계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부상한 것이다. 5G 특허 건수를 보면 중국의 화웨이가 3,325건으로 가장 많고, 미국의 인텔과 퀄컴은 각각 1330건, 934건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미국도 ‘5G Fast Plan’을 세우고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인프라 구축 투자를 하는 중국에 규모면에서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명 5G 분야에선 중국이 미국을 확실히 앞서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반도체는 다르다. 여전히 미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높은 부가가치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 전 세계 공급망을 자국에 유리하도록 변화시키기 위해 글로벌 기업의 자국 내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 제조기기, 설계, 반도체 제조 부문에서 높은 시장 비중을 보이고 있으며, 전체 부가가치 중 39%를 차지한다. 또 일본과 유럽, 대만, 한국 등이 총 53%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아직 6%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에 중국은 이른바 ‘제조 2025(Made in China 2025)’와 ‘국가 IC 산업 발전 지침’ 등을 통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반도체 정책은 (도태되어야 할) 열등한 기업의 비중을 높여 세계 반도체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게 KISTEP의 지적이다. 즉 열등한 기업임에도 막대한 지원금이나, 지적재산권 도용, 국영기업의 해외기업인수 등을 통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때문에 KISTEP은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분석 자료를 인용, “중국의 정책으로 매년 5,100건의 미국 특허가 감소하는 현상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처럼 반도체 기술과 제조 부문에선 가장 우수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 비중 감소, 동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생산 공정, 중국의 기술 경쟁력 향상 등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연방 정부의 예산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 기업, 대학 간의 협력을 촉진하며, 미국 내 생산에 대한 세금 인센티브나 지원금을 제공하는 내용의 ‘CHIPS 법안’ 발의, ‘파운드리 법안’ 제정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여전히 미국이 가장 앞선 가운데, 그 뒤를 중국이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2021년 현재 미국, EU,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경쟁 현황을 분석한 결과, 미국은 44.6점, 중국 32.0점, EU 23.3점으로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 더욱이 인구 3억5천만의 미국과, 13억 인구의 중국을 고려하면 오히려 미국(58.0점)과 유럽연합(24.2점), 그리고 중국(17.8점)간의 격차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미국은 AI분야에 대한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딩 등 비중이 높은 척도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AI관련 논문 수와 질,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서비스 등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사실 전 세계 AI 인재 중 미국의 비중이 13.9%로 가장 높고 그 뒤를 중국(8.9%)이 추격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규획’과, ‘차세대 인공지능산업발전 촉진 3개년 행동 계획’ 및 ‘인공지능 표준화 백서’ 등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또 AI 발전 목표를 3단계로 설정해 2025년엔 AI 기초 이론 기술과 응용면에서 세계 정상급에 도달하고, 2030년엔 AI 이론까지 세계 선두 수준에 도달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중국은 인공지능 발전에 우호적인 기술 특성과 시장 규모, 규제적 환경에 힘입어 미국을 추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KISTEP은 “미국으로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선 국가 인공지능전략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유럽연합의 경우보다 혁신 친화적인 규제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자컴퓨터도 미-중 간 패권 전쟁의 핵심 기술이다. 이 분야 역시 현재는 미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양자정보기술 관련 특허를 보면 지난 10년간 총 6,777건 중 미국 2,223건(33%), 중국 1,978건(29%), 유럽 1,296건(19%), 일본 665건(10%), 한국 615건(9%) 순으로 미국과 중국에 출원된 건이 전체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 종류별로 뜯어보면,양자컴퓨터, 센서는 미국이, 양자암호통신은 중국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국가 최상위 양자정보과학(QIS) 네트워크’ 전략 비전을 제시하고, 양자정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하여 새로운 ‘고성능 양자 채널’ 및 ‘효율적 장거리 연결망 재배치’를 위한 단기 5개년 계획과, ‘초고속 고성능 업무와 정보 처리 추진’을 위한 20년 장기 비전을 설정한 바 있다.

또 양자과학 기술 발전 및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6대 실천전략도 마련했다. 이는 △기술 및 플랫폼, △양자 신호 변환체계, △(초)통합 및 양자 상태, △메모리 및 소형 컴퓨터, △알고리즘 및 프로세서, △통합 및 분산 시스템 등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이른바 ‘양자통신 및 양자 컴퓨팅 발전계획’을 수립하였고, 2025년까지 혁신을 이룰 7개 과학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 위성으로 양자 암호 생성까지 가능하게 함으로써 통신보안에서도 획기적인 진전을 실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KISTEP은 그러나 “외교와 기술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정확한 기술정보와 지식을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런 면에서 중국은 미국에 비해 큰 기술적 이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기술 경쟁을 두고 중국이 미국의 기술력을 곧 추월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가까운) 전제가 깔려 있음을 지적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의 기술을 과대 평가하여 수출 통제를 하거나, 화웨이를 제재하는 등의 정책보다는 기술표준을 선점하고 인재를 양성 및 유치하는 등의 정책을 추구할 것”을 권고했다.

<출처 :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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