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발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부실기업 3295개

[애플경제=장가람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6월에 발표한 금융안전 보고서에 따르면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내지 못하는 부실기업은 올해 6월 기준 3295개로 나타났다. 2009년 2698개에서 약 600여 개가 늘어난 수치.

국내 500대 기업에 속하는 기업도 49개사에 달한다. 이들 중 은행 빚을 통해 연명하는 이른 바 좀비기업은 무려 800여 곳이다. 금융당국은 자본잠식이 이뤄지고 3년간 적자를 기록한 기업에 대해 회생불가능 판정을 내린 뒤, 구조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주도의 부실기업 퇴출은 연 내 혹은 내년 초에 있을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대비책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 경제의 위태로움이 더해서 내년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을 예상하는 가운데 우리경제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제 것 금융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린 금리가 오히려 좀비기업들에게 생명연장의 동아줄이 된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제껏 미뤄왔던 기업 구조조정을 뒤늦게나마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상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시내 6개 은행(기업, 신한, 우리, NH농협, KEB하나, KB국민)의 여신 담당자들을 불러 부실은행에 대한 자금회수를 직접 지시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정부와 함께 좀비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산업경쟁력 강화 및 조정 협의체’도 가동했다.

특히나 올해 국감을 통해 신용보증기금이 한계기업에 장기간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며 좀비기업에 대한 채무보증 연장으로 인해 신생 벤처기업의 성장을 막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신보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신보의 장기보증을 10년 이하로 이용한 기업은 3100개, 19년 이하 600개, 30년 이상 이용한 기업도 6개나 됐다.

좀비기업들 중에는 국내 유수의 재벌그룹 계열사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좀비기업들 중 분야별로는 건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석유화학과 조선, 기계, 설비 등이 공동 2위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한편,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14일 한국금융연구센터와 공동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정책과제’라는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참여한 주요 관계자들은 정부주도가 아닌 경제성에 따른 금융기관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날, 서울시립대 송헌재 교수는 “좀비기업의 긍정적 외부효과의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좀비기업 모두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옥석을 가려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의 정책에 맞춰 일부 은행에서는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 연장을 거부하는 등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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